[은혜칼럼] 명절에 마주친 사랑과 눈물 ... “선배 목사님과 그분께 감사하며...하나님 고맙습니다”
[은혜칼럼] 명절에 마주친 사랑과 눈물 ... “선배 목사님과 그분께 감사하며...하나님 고맙습니다”
  • 나관호
  • 승인 2021.02.15 19: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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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관호목사의 행복발전소 138]
나에게 명절은 평일이며 그 다음날/
나에게 1월 1일은 12월 32일입니다/
하나님이 섭리하신 만남과 사랑에 감사.

【뉴스제이】 명절 휴일이 다가오면서, 어린시절부터 여러 일들이 생각났습니다. 어린시절 한복에 호박 단추를 달고 헌팅캡 모자를 쓰고, 아버지와 사진관에 갔던 일이 생각납니다. 그리고 둥근 큰 깡통에 설탕이 담긴 선물이 여럿이라며 8촌들에게 나누어 주시던 모습도 눈에 선합니다, 그렇지만 어떤 명절도 ‘명절’이라고 의식하지 않고 살아왔습니다. 그것은 3대 독자인 나에게,,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친척이라는 이름의 사람들이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사람을 좋아하는 나에게 사람관계는 가장 귀한 가치이며 재산입니다. 그러나 명절은 평일이며 그 다음날입니다. 그러니까 나에게 1월 1일은 12월 32일입니다.

명절 휴일 하루 전, 전화 한통이 걸려 왔습니다,

“나목사님! 뭐하셔 지금”
“아 목사님! 전화 주셔서 고맙습니다.”
“별 약속 없으면 좀 보지요.”
“네. 교회로 가면 되지요?”

자주 연락하고, ‘가끔’과 ‘자주’ 사이의 시간에 식사교제를 하는 그런 목사님이십니다, 이번 구정에는 먹을거리로 선물하는 것보다, 십자가 물품으로 신세 갚을 몇 분의 목사님들에게 선물하기로 마음먹고, 몇 개의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그런데 마침 전화를 주셔서 주섬주섬 챙겨서 교회로 찾아뵈었습니다. 

전화주신 이유를 알고 너무 감동했습니다. 그것은 내가 명절에 홀로 쓸쓸히 지낼까봐서 저를 챙겨주신 것입니다, 식사 한끼라도 하면서 3대 독자인 나의 ‘명절증후군’을 조금이나마 없애주고 싶으셨던 것입니다, 항상 먼저 챙겨주시고, 마음 주시고, 믿어 주시면서 때론 친구처럼, 동생처럼, 동창처럼 대해주시고, 목사로서 귀한 종으로 존중하며 섬겨주시는 목사님이십니다. 저도 그렇게 존중과 진실로 대합니다. 

선배목사님이 선물한 예수님 자수성화와 그분의 마음 담긴 선물들    Ⓒ 뉴스제이
선배목사님이 선물한 예수님 자수성화와 또다른 특별한 '그분'의 마음 담긴 선물들      Ⓒ 뉴스제이

식사를 마치고 교회목양실로 왔더니, 코로나 시기에 어디 나갈수도 없고, 명절이고 하니 목사님 머리 손질을 잠시 도와주시는 프로미용사 권사님이 계셨습니다. 나는 그동안 동안 차를 마시며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어린시절 명절을 앞두고 행하던 개인행사(?)인 ‘목욕’과 ‘이발’ 생각이 났습니다, 4-50년전 우리 어린시절의 모습입니다. 그래서 내가 목사님께 말했습니다.

“목사님! 목사님 이발하시고 저도 좀 잘라도 될까요?”
“그러시죠? 우리 권사님이 최고야”
“감사합니다, 권사님! 저도 가능하지요?”

권사님이 목례로 답해주셨습니다. 내가 말을 이어갔습니다. 

“목사님! 흰머리가 있으세요?”
“좀. 염색하면 좋지요”
“그러시군요. 그리고 권사님! 전, 머리숱이 적어 3분이면 돼요. 하하하”

목사님의 머리 손질이 끝나고 나의 머리 조발이 이어졌습니다. 기계소리 몇 번 나고, 가위소리 몇 번 나더니 금방 끝났습니다. 멋있고 만족스럽게. 참 감사했고 어린시절 아버지와 함께 갔던 이발소와 목욕탕 생각나서 웃었습니다. 선배 목사님도 같은 말을 하시며, '어린시절 명절에는 목욕과 이발이 필수였다'고 말씀하셔서 같이 웃었습니다. 

모든 명절 미리준비가 끝나고 목사님이 잠시 전도사에게 보고 받고, 체크하실 것이 있으신 것 같아서 보고 받는 동안 나는 벽에 걸린 성화를 가까이에서 들여다보고 있었습니다. 그림을 좋아하는 나에게 성화 감상은 ‘힐링의 시간’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전도사의 보고가 끝나고 나서 발생했습니다. 그것은 갑자기 다가오시더니 벽에 걸린 예수님 기도하는 성화를 떼시면서 “어서 가져가요 어서?” 그러셨습니다. 보고를 받고 결제를 하시면서 나의 행동을 눈여겨보셨던 것입니다. 선배목사님의 성격이 나타난 것입니다. 항상 주기를 좋아하시고, 섬기기를 좋아하시는 그 성격이 또 발동한 것입니다. 심지어 불에 타버리고 해킹당한 나의 폰에 대해 아시고는 가만있어 보라시더니, 당장 부교역자들이 있는 밖에 나가 ‘아이폰’ 없냐고 물으시던 분입니다. 매사가 감동입니다.    

“어서 차에 실어 놓고 와요?”
“아니, 벽에 걸린 것을 어떻게 가져가요?” 
“이거, 한땀 한땀 손자수로 만든 겁니다. 실로 만든 성화” 
“그렇지요? 대단하네요. 그런데 죄송해서....”
“빨리 실어 놓고 와요. 어서”

혼자 들기에 조금 무거운 무게와 크기의 액자였습니다. 차 뒷좌석에 쏙 들어갔습니다. 선교사에게는 선물 받은 안마의자도 본인에게 필요 없다시며 주신 분입니다. 왜 필요가 없으시겠습니까? 그런 ‘주는 큰 성격’도 못 말립니다.

아무튼 이번 명절은 성화액자와 푸짐한 식사대접이 시작을 알렸습니다. 개그맨들의 유행어 “기분 좋아졌어”가 절로 나왔습니다, 그런데 며칠 후, 나에게 귀하 분, 존경하는 사랑하는 분, 은인, 사랑으로 품어 주신 분, 너무 많은 선물을 주신 분, 어머니처럼 생각하고 진심으로 모셨던 분. 그분이 별세하셨습니다. 당장 장례식장으로 밤을 셀 작정하고 갔습니다. 그리고 울지 않으리라 다짐하며 갔건만, 울컥해서 울고 다리가 후들거려 걸을 수 없어 주저 앉아버렸습니다. 옆에 있던 기자가 놀래서 넘어질 정도였습니다, 도저히 문상을 할 수 없었습니다. 운전도 위험했습니다. 

그렇게 존경하고 사랑하던 그분의 사진얼굴도 뵙지 못하고 돌아서야 했습니다. 집에 돌아와 그분을 생각하다보니 그분이 주신 것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몽블랑 만년필. 내가 손글씨 쓰는 것을 좋아하는 것을 알고계신 그분이 목사님에게 선물 들어온 만년필이 많아서 비서들에게 나누어주는 것이라며 “나실장 것을 제일 먼저 챙겼어. 호호호” 그렇게 말씀하셨던 분이었습니다. 본인이 사용해 보고 좋은 것 있으면 꼭 많이 사서 나누어 주는 그런 분이었습니다,

나는 그분에게 받은 아기자기한 선물들을 다 찾아 봤습니다. 당장 집에서 입고도 밖에 나갈 수 도 있는 홈바지가 보였습니다. 그리고 ‘몽블랑 만년필과 볼펜’을 발견하고는 당장 몇 개의 일러스트 성경 그림을 그려 액자를 만들었습니다. 선물할 분들이 생각났습니다, 

그리고 나서 그분의 선물 하나하나를 세어 보았습니다. 콧털깍기, 수영안경, 샤넬화장품, 시계, 물소뿔 머리빗, 해외전화카드, 찾잔 세트, 안경테, 샤프, 가위, 헤어 드라이어, 구두, 넥타이, 나비넥타이, 가죽명함집, 탁상용벨시계, 가죽장갑, 버버리 버플러, 향수, 손톱깍기, 무선 마우스, 소형카메라 등등 온통 집 구석마다 그분의 숨결이 남아 있었습니다. 잊고 지냈습니다. 그분이 준 구두를 신고 목도리를 목에 두르고 문상을 다시 갔습니다. 다소 낡아졌지만 그분을 생각하며 구두끈을 단단히 묶고 그 목도리를 걸쳤습니다. 

이번 명절은 선배 목사님과 그분을 통해 행복과 눈물이 교차했습니다. 명절이며 외로워할까봐 매년 선배 목사님을 붙여주셨고, ‘내 평생 살아온 길 뒤를 돌아보니’ 그분이 나에게 베풀어 주시고 섬겨주신 그 사랑이 너무 컸습니다. 감사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귀한 분들을 만나게 섭리하신 하나님 아버지 감사합니다,”

 

나관호 목사 (뉴스제이 발행인 / 크리스천커뮤니케이션연구소 소장 / 칼럼니스트 / 문화평론가 / 치매가족 멘토 / 역사신학 및 대중문화 연구교수 / 기윤실 선정 ‘한국 200대 강사’ / 미래목회포럼 정책자문위원 / 한국교회언론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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