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대마 합법화, ‘우리나라 대책 세워야’
태국 대마 합법화, ‘우리나라 대책 세워야’
  • 배하진
  • 승인 2022.08.30 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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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 구입 목적, 태국 방문 관광 처벌받는다/
대마, 필로폰 등 중독성 마약으로 가는 ‘길’/
태국 합법화, 미성년자 과다흡입 사고 많아져/
미국, 37개 주 마리화나 의료 사용 허용/

【뉴스제이】 배하진 기자 = 세계 곳곳에서 대마 사용과 유통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고 있다. 대마 합법화를 추진하는 국가가 늘어나면서 한국에서도 진입장벽이 낮아진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한국내 주택가와 시골 등지에서 불법 대마 재배가 늘고 있어 국가차원의 대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장재인 이사장은 한 언론사 인터뷰를 통해 “마약 중독자들은 대마는 필로폰 등 중독성이 강한 마약으로 가는 ‘관문’이라고 한다”며 “연성 마약의 위험성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태국 정부는 대마 재배를 장려하기 위해 지역 농가에 대마 묘목 100만 그루를 무료로 배포했다.    ©BBC코리아
태국 정부는 대마 재배를 장려하기 위해 지역 농가에 대마 묘목 100만 그루를 무료로 배포했다.    ©BBC코리아

대마 합법화에 불을 지핀 나라는 태국이다. 지난 6월 태국은 대마를 마약류에서 제외할 뿐 아니라 가정 재배도 허용했다. 심지어 농업·협동조합부에서는 50만 가구에 대마 묘목 2개씩, 총 100만개를 무료로 나눠주는 파격적 행보를 이어갔다. 태국은 대마 합법화 한 달 만에 가정재배 등록자가 100만 명에 육박했다.

태국은 대마 합법화 이후, 하루가 멀다 하고 미성년자를 포함한 젊은이들의 과다흡입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정부는 미성년자 대상으로 한 향락 목적의 사용은 불법이라며 단속에 나섰지만, 공연히 대마초를 피우는 사례가 보고 되고 있다. 길거리에서는 특별한 제한 없이 아무 노점에서나 대마초를 판매하고 있었고, 미성년자들까지 무분별하게 대마초를 구해서 피는데 이에 대한 적절한 제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방콕 시장은 얼마 전 50대 남성이 대마초를 피우다가 가슴 통증으로 숨졌으며, 한 병원에서는 대마를 피우던 미성년자 학생이 과다복용으로 중환자실에 실려 갔다고 발표하면서 시민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우기도 했다.

한편, 현지 관계자에 따르면 국내에서도 일부 대마초 구입을 목적으로 태국 방문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한국인의 대마초 흡입·소지·판매·운반은 여전히 불법이기 때문에 해외여행 중이라 하더라도 적발 시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다.

태국에 이어 말레이시아에서도 대마 합법화를 추진하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카일리 자말루딘 말레이시아 보건부 장관이 지난 4월 의료용 대마에 대한 임상 연구 재개를 발표하며 합법화를 타진했다. 말레이시아는 대마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한 태국을 모델로 연구에 나섰고, 태국 정부는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미국도 연방 차원의 합법화를 꾀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민주당은 연방 차원에서 대마를 합법화하고 식품의약국(FDA)에 담배나 술처럼 마리화나를 모니터링할 것을 요구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미 연방하원은 지난 4월에 대마를 유통하거나 소지한 사람에 대한 처벌 조항을 삭제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미국은 50개 주 중 37개 주와 워싱턴DC는 마리화나의 의료 사용을 허용하고 있으며, 18개 주와 워싱턴DC는 비의료적 사용도 허가하고 있다.

최근 들어 한국에서도 규제 완화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 학계와 시민단체 등 일각에서는 의료용 대마 처방확대와 산업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국의 경우 의료용 목적을 제외하고는 대마 생산과 유통, 흡연이 금지돼 있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2018년 국회를 통과한 이후로 대마가 한정적으로만 사용되어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한국에서도 규제 완화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 학계와 시민단체 등 일각에서는 의료용 대마 처방확대와 산업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최근 의료용 대마 식물체 개발을 위한 육종 기술을 특허출원하고, 국산 의료용 대마 식물체 2자원을 국내 연구기관에 분양하기도 했다.

이에 중독재활기관에서는 한국내 대마 생산 및 유통의 진입장벽이 낮아지는 사태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대마가 타 마약류 대비 상대적으로 중독성이 낮다고 해도 오남용을 막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국 벧엘회복공동체 김상철 대표는 “미국이나 타국 사례를 보면 대마 합법화가 일상 속 심각한 마약을 보편화시키는 역할을 해왔다”며 “의료용이라는 명분으로 물꼬를 트는 격”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대표는 “지금도 음지에서 마약류 유통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는데 진입장벽 낮아지면 더 심해질 것이다. 의료나 연구 목적을 위한 합법화가 불가피하다면 제도적인 안전장치를 더 촘촘히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내에서도 대마 재배에 대한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최근 인적이 드문 농가나 야산, 도심 주택에서 각종 기구를 설치해 재배하고 유통하는 사례가 적발되고 있다.

한국 경찰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대마 관련 검거 인원은 2017년 341명에서 지난해 710명으로 두배 이상 늘었다. 지난해의 경우 압수량도 5518주나 됐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태국 등 일부 국가에서 대마 사용을 합법화함에 따라 이에 대한 죄의식이 낮아지고 있다”며 “환각성이 특징인 대마뿐만 아니라 이를 원료로 제조된 제품 등은 모두 국내 법률로 단속과 처벌의 대상이 된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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