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관호 칼럼] 91세 '맥도날드 알바생'의 아름다운 은퇴
[나관호 칼럼] 91세 '맥도날드 알바생'의 아름다운 은퇴
  • 나관호 목사
  • 승인 2019.11.15 16: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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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바생'(할아버지+알바생)으로 불리는 청춘할아버지/
75세부터 지각, 결근 없이 17년…20km거리 자택서 30분 일찍 출근/
알바비 매달 60만원..봉사단체 회비와 교회헌금, 조금씩 저축/
신영균 선생님

【뉴스제이】 조선일보의 〈75세부터 지각도 결근도 없이 17년.. 아흔한 살 '맥도날드 알바생'의 은퇴〉라는 보통사람 청년할아버지의 기사가 잔잔한 감동을 향기처럼 은은하게 전해주고 있습니다.

얼마 전 내가 중일일보 기사를 인용해 쓴 칼럼 〈500억 기부 91세 배우 신영균, "내 관에 성경책만 넣어달라"〉[참고기사"내 관에 성경책만 넣어달라", 91세 배우 신영균 ... 500억 기부하고 고린도전서 15:10 붙잡고 살아]의 주인공 신영균 선생님이 리더그룹이라면, 임갑지 할아버지는 소그룹의 리더입니다. 두 분이 91세 동갑내기입니다. ‘91세 청년, 신영균과 임갑지의 아름다운 반란’이 화제입니다.

91세 청년 신영균 선생님은 1960~70년대 한국 영화계를 이끈 연예계 최고의 자산가로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상징으로 꼽힌니다. 2010년 명보극장(명보아트홀)과 제주 신영영화박물관 등 500억원 규모의 사유재산을 한국 영화 발전에 써달라며 쾌척해 화제가 됐습니다. 모교인 서울대에도 시가 100억원 상당의 대지를 발전기금으로 기부했습니다. 배우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60~70년대에 많게는 1년에 30편씩 영화를 찍어 가며 모아 온 재산을 기부하신 것입니다.

맥도날드 할바생 임갑지 청년할아버지 ( 사진: 조선일보 한경진 기자)
맥도날드 '할바생' 임갑지 청년할아버지 ( 사진: 조선일보 한경진 기자)

91세 청년 임갑지〈사진〉 청년할아버지는 2003년 서울 강북구 미아동의 패스트푸드점 맥도날드에 특별한(?) 75세 아르바이트생으로 들어가셨습니다. 일주일에 나흘씩 출근해 오전 9시 30분부터 4시간 동안 테이블과 의자를 정리하고, 컵과 쟁반을 닦는 일이 그의 임무였고, 20대 동료에게도 존댓말을 쓰면서 묵묵히 일한 '할바생(할아버지+알바생)' 임씨 할아버지는 맥도날드에서 팔순과 구순을 맞이했으며, 중학생 단골손님은 어느덧 30대 직장인이 됐다고 전합니다.

임갑지 할아버지가 알바로 버는 돈은 매달 60만원 정도라고 합니다. 그 돈으로 봉사 단체 회비와 교회 헌금을 내고, 조금씩 저축했는데, 몇 년 전에는 100만원을 모아 손주 대학 등록금에 보태기도 했다고 합니다. 잔잔하고 아름답고 순수하신 분임을 짐작하게 합니다.

인터뷰에서 임갑지 청년할아버지는 "규칙적으로 생활하다 보니 고혈압·당뇨 같은 성인병이 전혀 없다"며 "가족에게 작은 생일 케이크를 사줄 여유가 있어서 참 좋았다"고 했습니다. 현재 맥도날드에서 일하는 55세 이상 알바생은 300여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지난 8일 서울 종로 맥도날드 본사에서 국내 최고령 패스트푸드점 알바생 임갑지 할아버지의 은퇴식이 열렸습니다. 올해 91세인 임 청년할아버지는 여전히 건강하지만, '이제 쉬면서 노년을 보내자'는 가족의 권유에 퇴사를 결정했는데, 맥도날드는 17년간 임갑지 할바생이 보여준 헌신과 철학에 공감하며 감사패를 전달했습니다.

그동안 단 한 번의 지각이나 결근도 없었고, 20㎞ 떨어진 양주역에서 오전 7시 48분 열차를 타고, 30분 일찍 출근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알바 매장이 있는 미아역 주변에서부터 쓰레기와 담배꽁초를 주웠다고 합니다. “매장 안에서 침을 뱉고, 의자에 다리를 올리며 큰 소리로 떠드는 학생이 보이면 다가가 인사를 건넨 뒤 바닥을 닦았다고, 거칠었던 아이들은 "죄송하다"며 자세를 고쳐 앉기도 했다”고 인터뷰 기사에서 소개하고 있습니다,

임갑지 청년할아버지 은퇴식 장면 (사진= 맥도날드 제공)
임갑지 청년할아버지 은퇴식 장면 (사진= 맥도날드 제공)

임갑지 청년할아버지는 은퇴식에서 "시급 받는 알바생일 뿐이지만, 매장 관리자라고 생각하며 점포를 내 것처럼 아꼈다"고 말했습니다. 또 "지금 처한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야, 어디서든 도약하고 성공할 수 있다는 얘기를 전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가 남긴 명쾌한 메시지는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어느 곳에서나 주인이 돼 살면, 그곳이 진리의 자리)'이었다“며 조선일보 한경진 기자는 뭉클한 마음을 기사로 전했습니다.

평안도에서 태어나 월남한 임갑지 청년할아버지는 6·25전쟁에 참전하며 시대의 질곡을 건너왔습니다. 1983년 농협에서 정년퇴직하고, 10년쯤 가게를 운영했습니다. 일흔 넘어서도 계속 일을 하고 싶었던 그는 2003년 서울시 취업박람회에서 '55세 이상 직원을 모집한다'는 맥도날드 홍보 부스를 발견, 지원서를 제출했는데, 그때부터 '알바 인생'이 시작됐다고 합니다.

임갑지 청년할아버지의 삶의 이야기가 어수선하고, 불의하고, 거짓 가득하고, 갑질 가득한 세상에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니다. 그리고 성실하게, 정직하게, 매장을 자기 것처럼 생각하고사시 청년할아버지의 인생교훈이 이 시대 젊은이들에게 귀감이 될 것입니다. 지난 번 칼럼에서 내가 소개한 청년원로배우 신영균 선생님과 임갑지 청년할아버지는 이 시대의 본받아야할 어르신들이십니다. 앞으로 교과서에 실렸으면 좋겠습니다,

 

나관호 교수 목사 ( 뉴스제이 발행인 / 크리스천커뮤니케이션연구소 소장 / 치매가족 멘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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