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칼럼] 강권과 공감 ... ‘더 글로리’ 속 '학폭'을 보고
[생각칼럼] 강권과 공감 ... ‘더 글로리’ 속 '학폭'을 보고
  • 나관호 목사
  • 승인 2023.03.18 07: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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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관호목사의 행복발전소 211]

가해자에게 개입, 중지시키는 용기 필요/
너의 가치는 너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

【뉴스제이】 김은숙 작가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 넷플릭스 흥행작이 된 송혜교 주연의 복수극 드라마 ‘더 글로리’를 보았습니다. 아내가 꼭 시청하고 글을 쓰라며 권유해줬습니다. ‘파트 2’를 건너뛰기를 하며 시간을 아껴 보았습니다. ‘파드 1’은 압축된 영상으로 전체를 이해했습니다. 

미혼모의 딸로 태어나 가난했으므로 모진 학교폭력을 당한 문동은(송혜교)은 ‘학폭’으로 인해 웃음을 잃었고 영혼은 가루처럼 부서졌습니다. 

미혼모의 딸로 태어나 가난했으므로 모진 학교폭력을 당한 문동은(송혜교)은 ‘학폭’으로 인해 웃음을 잃었고 영혼은 가루처럼 부서졌습니다. 동은의 축축한 옷 속에서 팔과 다리의 상처들이 가려져있었습니다. 그것은 마음과 영혼의 상처입니다. 드라마지만 피해자들의 아픔이 고스란히 전해져 옵니다. '얼마나 아프고, 힘들고, 죽고 싶고, 괴로울까'

'학폭' 가해자를 향한 피해자 문동은의 복수 인생은 시청자들에게 통쾌함(?)을 줍니다. 가해자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책임회피와 분란, 물고 물리는 관계가 되어 가해자들 스스로 파괴되는 모습을 보며 심은데로 거둔다는 진리를 알게 됩니다. 

가해자들은 과거와 같은 모습으로 현재의 문동은을 괴롭힙니다. 그리고 또 그럴 때마다 동은은 '학폭' 가해자들에게 이야기합니다.

"고마워, 하나도 안 변해서 그대로여서 고마워."

이렇게 복수를 멈출 수 없는 가해자들의 모습을 보며 본인에게도 쓰라린 복수를 계속합니다. 그리고 복수를 끝낸 동은은 사진들을 태우며 말합니다.

"당신들도 나처럼 뜨거웠기를. 쓰리고 아팠기를"

학폭 피해자 학창시절 문동은(정지소)과 현재의 문동은(송혜교) 

김은숙 작가의 말을 들어보면, 피해자들의 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학교폭력은 자주 등장하는 화두이고 피해자분들의 글들을 읽어보면, 가장 상처를 많이 받는 말, 그리고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너는 아무 잘못이 없어?'라는 말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어, 나는 아무 잘못이 없어', '네, 아무 잘못 없습니다'를 ‘사명처럼 이해시켜야 되는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김은숙 작가는 결말을 '가해자들이 감옥 가거나, 죽거나'로 맺습니다. 그리고 맨 마지막 씬은 문동은(송혜교)의 남자친구인 성형외과 의사 주여정(이도현)의 아버지를 살해한 범인이 있는 교도소로, 둘이 들어가는 장면으로 맺으며 '시즌3'를 암시합니다. 

‘더 글로리’를 통해 우리 사회 최고 이슈가 ‘학폭’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파트 2’가 공개되면서 넷플릭스 TV쇼 부문에서 세계 1위를 달성한 것을 보면 ‘학폭’과 ‘복수극’은 세계적인 관심사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 시점에 '왕따’와 ‘학폭’ 문제를 거론한 온누리교회 이재훈 목사의 칼럼을 읽고, ‘학폭’의 심각성과 ‘해결을 향한 문’에 대해 이해했습니다. 내가 경험한 학창 시절이 오버랩되며 ‘해결을 향한 문’이 내 생각과 같았기 때문입니다. 

문동은(송혜교)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 해준 친구 성형외과 의사 주여정(이도현)

‘학폭’에 대해 글을 쓰려고 마음먹었을 때 나의 중학교 시절이 소환되었습니다. 46년 전 아주 먼 기억이고 잊어버린 기억인데 선명히 나타났습니다.

내가 중학교 2학년 시절 나는 학급 반장이었습니다. 자그마한 키에 똘망똘땅 했던 나에게 반장은 초등학교부터 매학년 거의 맡아야 할 자리였습니다. 그러다보니 친구들의 문제점에 대해 가까이 있어야 했고, 고민을 들어주는 상담(?)도 했습니다. 

중학교 2학년 때 2-1반에는 핸드볼 선수 아이가 있었습니다. 키도 제일 크고 몸도 빠르고, 손목 힘도 쎈 아이였습니다. 그런 체격 조건은 소위 ‘짱’이 되어 아이들을 통제했습니다. 험한 말과 위협, 괴롭힘은 그 아이의 일상이었습니다. 그 누구도 ‘학폭’을 행하는 그 아이를 건드릴 수 없고, 선생님에게 말하는 것은 보복이 두려워 다 피하고 있었습니다. 반장인 나도 그 아이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선생님에게 말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우리반에 큰 소동이 났습니다. 내 앞자리 두 번째 줄에 있는 아이에게 소리를 지르며 다가온 핸드볼 선수 ‘짱’이 앞자리 아이의 뒤통수를 한번 때리더니 커터칼로 그 친구의 가방을 그어 버렸습니다. 바로 내 앞에서 벌어진 사건이었습니다, 
 
모두 놀랬고 나도 놀랬지만, 이번에는 너무 심한 것 같았습니다. 내가 나서야 했습니다. 숨을 크게 한번 쉬고, 그 아이에게 다가가 말했습니다.

“아무개야! 이건 너무 한거잖아.” 
“뭐야! 반장이면 다냐? 저XX 까불잖아.”
“그래도 가방을 찢는 것은 아니지. 그러지마.”
“뭐야! 반장, 반장 하니까 덤비네. 까불지마.”

그 순간 나에게 아버지가 가르쳐주신 말이 떠올랐습니다.

“관호야! 가난한 사람 돕고, 어려운 사람 도와주고 살아야 한다.”

나는 반사적으로 필통에 있던 내 커터칼을 꺼내, 학폭 가해자 ‘짱’에게 다가가서 그 아이가 했던 그대로 그 아이의 가방을 그어 버렸습니다. 그러자 반응이 나타났습니다. 아이들 모두가 내 행동에 놀라 조용해졌고, ‘짱’아이가 내는 소리만 들렸습니다, 

“어어! 어어어.......”

교실은 침묵이 흘렀고 너무 조용해졌습니다. 아이들은 ‘짱’이 어떤 행동을 할지 짐작이 되니 큰일 날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나는 당당했던 기억이 납니다. ‘할테면 해봐’라는 식으로 ‘짱’을 길게 바라보고 내 자리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그후부터 우리반은 조용한 반이 되었고, ‘짱’ 아이는 다른 반 아이들에게서 우리반을 지키는 용사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짱’ 아이는 등교 전에 우리 집 앞에서 날 기다리고 있다가 “미안해”라는 사과를 했고, 나는 그 아이의 수학 선생님이 되었습니다. 나는 그 아이와 많은 대화를 의도적으로 했습니다.

복수한 문동은(송혜교)와 학폭 가해자 박연진(임지연)

‘학폭’은 누군가가 개입해 말해야하고, 두 번째는 청소년들의 마음을 공감해주는 것이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학폭 가해자의 마음에 다가가 개입해서 말하고, 행동을 중지하도록 강권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선생님, 학폭 가해자 부모님 그리고 용기 있는 친구들이 나서야 한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감춰지고, 숨겨주고, 묻히는 것은 해결책이 아닙니다.  

20년 후에 드러난 ‘학폭’으로 대가를 치루는 정치인, 연예인, 운동선수들을 보게 됩니다. 안타깝습니다.  

학교폭력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너는 존재만으로 소중해. 너의 삶은 누구도 함부로 값을 매길 수 없을 만큼 가치 있다. 그리고 너의 가치는 너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포기하지 말고 새로운 꽃을 피워라”

 

나관호 교수목사 (뉴스제이 대표 및 발행인 / 치매가족 멘토 / 말씀치유회복사역원(LHRM) 원장/ 크리스천커뮤니케이션연구소 소장 / 역사신학 및 대중문화 연구교수 / 기윤실 선정 ‘한국 200대 강사’ / 미래목회포럼 정책자문위원 / 제자선교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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