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여성, 스치듯 들은 성경 한구절로 믿음 회복
탈북 여성, 스치듯 들은 성경 한구절로 믿음 회복
  • 박유인
  • 승인 2023.01.10 05: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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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에게만 들려진 성경 요한복음 3장 16절/
‘유유학교’, 북한 지하교회 방식으로 양육/
“오빠의 옥사 소식에 ‘하나님 없다’ 생각”/
주인돠산 예수 그리스도
주인돠신 예수 그리스도

【뉴스제이】 박유인 기자 = 한 탈북 여성이 북한 김일성 집권 초기, 예수님에 대한 믿음을 버렸다가 신기하게 자신의 귀에만 들려진 성경 말씀 한 구절을 듣고 믿음과 신앙이 회복된 사연이 알려져 화제를 모았다.

‘순교자의소리’(VOM Korea)에 따르면, 이 여성 탈북민은 어린 시절 자신과 언니 오빠에게 성경을 읽어 주던 아버지 모습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이 여성은 지금 80세가 넘어서는 나이지만, 북한에서 살던 집의 벽면에 걸려 있던 “그리스도는 이 집의 주인이시요”라는 글귀를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

“부모님은 저를 하나님의 종으로 써 달라고 기도하셨고, 저도 전도자가 되는 것을 꿈꾸며 자랐습니다”

그때는 남북으로 분열되기 전, 북쪽에 기독교가 부흥하던 시절이었다. “그 당시에는 북한에 기독교인들이 많았다. 매주일 마다 성도들이 교회에 모여 함께 예배를 드렸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어렸을 때 그녀의 가족은 다른 많은 기독교 가정과 마찬가지로 공산 치하에서 핍박을 겪었다. 광산 노동자인 아버지는 기독교인으로 잘 알려져 있었다. 사람들은 이 여성의 아버지가 너무 담대하게 복음을 전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버지는 핍박이 단지 예수님을 따르는 삶의 일부라는 사실을 성경을 통해 알고 있었다. 

“아버지는 핍박이 심해질수록 주님을 더 믿고 의지해야 한다고 우리를 가르치셨어요”

“공산주의 세력이 더 강해지자 아버지도 불안해 하셨습니다. 아버지는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오빠 몇 명을 남한으로 보내셨지만, 정작 당신은 북한을 떠나지 않으셨습니다. 그리고 우리 교회 목사님이 피난을 가자, 목사님 대신 교회를 맡아 계속 섬기셨어요”

공산주의자들이 교회 건물들을 점령했고, 그 무렵, 이 여성은 상급학교 진학을 해야 했는데 당국자들은 이 여성의 종교가 ‘기독교’라고 밝힌 사실을 알고 원서 접수를 거부했다. 이렇게 교묘한 방식으로 북한 당국자들은 핍박을 했고, “아버지는 ‘아무리 핍박이 심해도 견뎌내야 한다. 먹을 것이 하나도 없어도 핍박을 감당해야 한다’고 종종 말씀하셨다”고 회상했다.

이 여성의 가족은 계속 지하에서 가정 예배를 드렸다. 발각되면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1960년대 중반, 이 여성의 오빠가 집에서 기도회를 열었다. 김일성 초상화를 집에 걸어 두는 것이 북한 주민의 의무였으나, 이 여성의 오빠는 그런 행위가 우상숭배라고 판단, 기도회가 끝난 뒤 김일성 초상화를 불태웠다. 

그런데 기도회에 참석했던 어떤 사람이 당국에 신고했고, 오빠는 체포돼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가족은 뿔뿔이 흩어졌고, 이 여성의 부모는 시골로 보내져 힘든 노동수용소에서 노동을 해야했다.

2000년대 초에 순교자의소리가 입수한 사진. 두만강 인근에 위치한 이 시설은 북한의 처형장으로 보인다.      ©순교자의소리
2000년대 초에 순교자의소리가 입수한 사진. 두만강 인근에 위치한 이 시설은 북한의 처형장으로 보인다.      ©순교자의소리

당시 이 여성은 결혼한 지 몇 년 되지 않은 상태였다. 남편은 공산당 고위 관리들을 친척으로 둔 사람이었는데 부부에게는 두 아이가 있었다. 

“남편은 저더러 집을 나가라고 했습니다. 세 살짜리 아이가 제 다리에 매달려 애원했어요. ‘엄마, 언제 돌아올 거야?’라고....다시는 아이들을 볼 수 없었습니다.”

기독교 신앙 때문에 남편과 자식과 가정을 잃은 이 여성은, 모든 희망을 잃고 믿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 여성의 오빠는 결국 교도소에서 죽고 말았다. 

“오빠가 감옥에서 죽었다는 소식을 듣는 순간, 하나님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친척이 중국에서 결혼을 주선해 줬다. 중국인 남편은 기독교인이 아니었지만, 이 여성의 믿음에 더 이상 장애물이 되지 않았다.

몇 년 후, 가족과 함께 중국의 한 거리를 걷던 이 여성은 누군가가 ‘요한복음 3장 16절’을 암송하는 것을 들었다. 어릴 때부터 외우고 있던 말씀이라 바로 기억이 났다.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이는 그를 믿는 자마다 멸망하지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라.” (요한복음 3:16)

누가 그 말씀을 암송하고 있는 것인지 보려고 뒤를 돌아봤지만, 아무도 없었다. 이 여성은 무슨 소리 못 들었느냐고 남편에게 물었지만, 남편은 아무 소리도 듣지 못했다.

“오빠를 잃은 뒤로 기도를 중단했었어요. 예배도 그만뒀었고, 하나님에 관해서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 순간, ‘교회에 가야 해’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서 깜짝 놀랐습니다”

그녀는 곧 중국에서 만난 목회자와 열정적으로 성경공부를 시작했다. 중국에서 결혼하여 낳은 자녀들은 어느 정도 성장하자 한국 이주를 결정했다. 중국으로 돌아간 남편은 결국 세상을 떠났지만, 계속 한국에서 지내며 어린 시절의 믿음을 회복했다. ‘순교자의소리’가 운영하는 탈북민 양육 학교인 ‘유유학교’(UU. Underground University)를 졸업했다. 이 ‘유유학교’는 북한 지하교회의 방식을 따라 탈북민을 양육하는데, 이 여성은 북한에 살 때, 지하교인 가정의 일원으로서 이러한 양육 방식을 직접 경험한 바가 있었다.

‘순교자의소리’는 “이 여성의 아버지가 딸의 믿음이 계속 성장하길 소망하며 기도했던 것에 비춰 보면, 이 여성의 후회는 서서히 사라진다. 왜냐하면 ‘하나님께서 지금 꿈을 사용하시고, 전도자로 살고 있는 것은 부모님의 기도에 대한 응답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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