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여왕의 관 위에 놓인 눈부신 왕관
엘리자베스 여왕의 관 위에 놓인 눈부신 왕관
  • 배성하
  • 승인 2022.09.15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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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아몬드 2868개, 진주 273개, 사파이어 17개 등/
영국 제국관, 왕관의 무게는 1.06kg/
크라운주얼, 600년 이상 주로 런던 탑에 보관/
여왕 시신이 든 참나무 관, 30년전 준비/

【뉴스제이】 배성하 기자 = 별세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관(棺, coffin)은 14일(현지시간) 찰스 3세 국왕, 윌리엄 왕자, 해리 왕자 그리고 여러 왕족에 둘러싸여 버킹엄궁을 나와 현재 웨스트민스터 홀에 안치됐다.

여왕의 시신이 든 참나무 관(棺, coffin)은 30년보다 더 오래전부터 여왕을 위해 준비됐다고 한다. 영국 왕실의 장례 절차에 협력해온 업체 '리버튼앤선스'(Leverton & Sons)에 따르면, 해당 관(棺, coffin)은 1991년 이전 왕실 장례를 담당하던 회사 '케니언스'로부터 넘겨받았다. 엘리자베스 2세의 관은 구하기 힘든 영국산 참나무로 만들어졌다고 전해진다.

 여왕의 관(棺, coffin) 위에 놓인 눈부신 왕관 (사진 출처:REUTERS)       ⓒBBC

안치된 여왕의 관(棺, coffin) 위에는 크라운주얼(영국 국왕과 여왕이 수 세기에 걸쳐 수집한 수만 점의 보석 컬렉션) 가운데 가장 잘 알려진 '영국 제국관'이 놓였다.

'영국 제국관'은 다이아몬드 2868개, 진주 273개, 사파이어 17개, 에메랄드 11개, 루비 5개를 비롯해 3000개 가량의 보석이 빛을 낸다.

역사가이자 '크라운주얼'의 저자 안나 키는 "보석이 반사하는 눈부신 빛 때문에 제대로 쳐다보기 어려울 때도 있다. 말 그대로 정말 눈부시고, 보기만 해도 압도당한다"라며, 바로 중세 시대만 보더라도 왕관은 예로부터 부와 지위의 상징이었다고 설명한다.

"왕관이 곧 왕권이고, 통치권이죠."

1937년 여왕의 부친 조지 6세의 대관식을 위해 제작된 제국관은 빅토리아 여왕 시절의 왕관보다 더 가볍고 편하게 설계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국 제국관의 무게는 1.06kg에 달한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재위 기간 중 매년 의회 개회식에서 제국관을 착용하고 금빛 왕좌에 앉아 영국 정부의 내년도 주요 입법안을 읽었다.

2016년 의회 개회식에서 왕관을 쓴 여왕과 에든버러 공작(고 필립 공) (사진 출처 : GETTY IMAGES)
2016년 의회 개회식에서 왕관을 쓴 여왕과 에든버러 공작(고 필립 공) (사진 출처 : GETTY IMAGES)    ⓒBBC 

2018년 여왕은 왕관의 무게를 두고 농담을 했다.

"연설문을 읽고 싶어도 아래를 내려다볼 수 없어요. 연설문을 위로 들어야 해. 안 그러면 목이 부러질지도 몰라."

"왕관들은 단점이 좀 있지만, 그것만 빼면 꽤나 중요한 물건이지."

90대에 접어든 여왕은 2019년 더 가벼운 왕관을 썼고, 마지막으로 개회식에 참석한 2021년에는 왕관을 쓰지 않았다.

무게만 1.06kg에 달한는 영국 제국관은 다이아몬드 2868개, 진주 273개, 사파이어 17개, 에메랄드 11개, 루비 5개를 비롯해 3000개 가량의 보석이 빛을 낸다.

영국 제국관에는 지금까지 발견된 가장 큰 다이아몬드 원석을 커팅한 317캐럿의 컬리넌2(Cullinan II) 다이아몬드가 박혀있다. 왕실 컬렉션에서 가장 오래된 보석도 있는데, 11세기 영국의 성 에드워드 국왕이 반지로 착용했다는 사파이어로, 왕관 맨 위의 십자가 중앙에 위치한다.

무게만 1.06kg에 달한는 영국 제국관은 다이아몬드 2868개, 진주 273개, 사파이어 17개, 에메랄드 11개, 루비 5개를 비롯해 3000개가량의 보석이 빛을 낸다 (사진 출처 : GETTY IMAGES)
무게만 1.06kg에 달한는 영국 제국관은 다이아몬드 2868개, 진주 273개, 사파이어 17개, 에메랄드 11개, 루비 5개를 비롯해 3000개가량의 보석이 빛을 낸다 (사진 출처 : GETTY IMAGES)     ⓒBBC 

여왕은 왕관의 커다란 붉은 보석을 특히 아꼈는데 '검은 왕자의 루비'라는 이름이 붙어있다. 이 보석은 백년전쟁 중 영국군이 칼레 남부에서 프랑스군을 물리친 1415년 아쟁쿠르 전투에서 헨리 5세가 착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러 설에 따르면, 당시 헨리 5세는 루비에 구멍을 뚫고 깃털을 넣었다고 한다. 여왕은 2018년 BBC와의 인터뷰에서 "보고 있으면 재밌다"라며, "헨리 5세의 깃털 장식이 투구를 장식한 보석에 박혀있었다는 건데, 좀 엉뚱하기는(rash) 하지만 당시 관습이었던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올해 초 BBC 다큐멘터리를 위해 왕관을 전례 없이 가까이서 본 BBC 진행자 클라이브 미리는 왕관을 "비현실적"이라며 "다이아몬드가 얼마나 투명한지 보고도 못 믿겠다."고 묘사했다.

그러나 제국관과 크라운주얼의 가치에 가격을 매기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왕실 전문가 알라스테어 브루스는 BBC 다큐멘터리에서 왕실 컬렉션은 금전적 가치로 설명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값을 매길 수 없다는 표현이 적절하겠지만, 컬렉션에 포함된 다이아몬드의 수만큼 0을 추가해도 될 겁니다."

영국 제국관은 런던 탑의 '주얼하우스'에서 공개 전시된다. 크라운주얼은 600년 이상의 시간 동안 주로 런던 탑에 보관되었다.

찰스 3세 국왕은 전통에 따라 대관식에서 성 에드워드 왕관을 착용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대관식이 끝나면 제국관을 쓰고 웨스트민스터 사원을 떠날 것이다. 또한, 모친인 여왕과 마찬가지로 의회 개회식이나 다른 공식 행사에서 제국관을 착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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