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에서 새벽기도 중 소식들었어요" ... 동양인 첫 파리오페라발레단 수석 무용수 박세은 만든 ‘가족의 힘’
"교회에서 새벽기도 중 소식들었어요" ... 동양인 첫 파리오페라발레단 수석 무용수 박세은 만든 ‘가족의 힘’
  • 서울대 김남주
  • 승인 2022.01.14 05: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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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동창회보 520호, 2021년 7월]
인터뷰-박세은 발레리나의 아버지 박효근 씨/

【뉴스제이】 김남주 기자 = 파리오페라발레단(POB)의 박세은이 동양인 최초로 최고 수석무용수인 '에투알'(étoile: 별)로 승급했다는 소식이 국민들에게 힘을 주었다. POB는 영국 로열 발레단, 미국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ABT)와 함께 세계 3대 발레단으로 꼽힌다. 1669년 설립된 세계에서 가장 역사가 깊은 발레단으로, 프랑스 국립 발레단인 만큼 외국인에겐 장벽이 높다. (참고기사 ;  "모든 것은 하나님 은혜예요” ... 파리오페라발레단, 박세은을 수석무용수 ‘에투왈’로 지명 )

박세은 발레리나의 로미오와 줄리엣 공연 장면.
박세은 발레리나의 로미오와 줄리엣 공연 장면.

그런 POB가 아시아 출신 발레리나를 에투알로 발탁한 것은 352년 역사에서 처음이다. 국내 언론에선 “김연아의 세계 제패에 필적할 사건”이라고 대서특필하기도 했다. 박세은의 승급 소식을 듣고 가장 기뻐했던 아버지 박효근(서울대 축산75-79) 동문을 만나 '에투알'이 되기까지 그녀의 숨은 뒷이야기를 들었다.

-에투알 승급 소식을 들었을 때 어땠나.
“세은이가 2016년 제1 무용수가 됐다. 2018년 전막 공연 ‘오네긴’에서 타티아나 주역을 성공리에 했고, 이때 에투알 노미네이션을 기대했었는데 무산됐다. 이후 POB에서 연급 개혁에 대한 스트라이크와 코로나 팬데믹으로 1년 6개월 동안 공연 무대에 공백이 있어 안타까운 시간만 보냈다.

금년 초 제한된 관람객 하에 모처럼 갈라 공연이 있었다. 그때 세은이는 ‘빈사의 백조’ 독무를 췄는데, 이 독무가 듀퐁 감독을 비롯해 무용수, 관객, 발레단 관계자들에게 큰 감동을 줬다고 한다. 이후 6월 개막 공연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주인공으로 발탁돼, 공연 후 즉시 발표하는 노미네이션 관례에 따라 '에투알'로 지명됐다.

당시 우리 부부는 교회에서 새벽기도 중이었다. 러닝타임 3시간의 기나긴 공연 후에 피곤한 상태였음에도 밝은 목소리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세은아, 에투알 노미네이션 축하해’ 이 한 마디를 하면서 그동안 인고의 시간이 녹아내리는 기분이 들더라.”

박세은은 2018년엔 ‘무용계의 아카데미상’으로 통하는 ‘브누아 드 라 당스(Benois de la Danse)’에서 최고 여성무용수상을 받기도 했다.

박세은 발레리나의 고등학교 시절 함께한 아버지 박효근 씨

-세은씨가 2년 전 결혼한 것으로 아는데, 손주가 있으신지.
“세은이가 에투알을 목표로 한 이상 출산은 뒤로 늦춘 것으로 안다. 세은이 시댁도 양해를 해주셨다. 사돈 어른이 수년 전에 작고하셨지만, 한국에 초창기 오페라 공연을 도입하셨던 김일규(행정72입) 동문이시다. 법대를 다니시다 성악과로 전과하셔서 이탈리아에서 공부하셨다. 시댁이 예술 분야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높아 큰 배려를 해주고 있다.

참고로 POB는 발레리나의 출산·육아제도가 잘 되어 있다. 발레리나들이 자녀 손 잡고 출근한다고 한다. 에투알이 됐으니, 이제부터 정년인 42세까지 11년이란 시간이 남았다. 공연 활동과 출산 및 육아를 병행할 수 있으리라 본다.”

-세은씨가 발레에 입문한 계기가 궁금하다.
“세은이가 발레를 처음 접한 게 초등학교 3학년 때인데, 발레리나의 화려하고 예쁜 의상에 반했다고 한다.

세은이의 첫 출발은 사실 지지부진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국립발레단에서 운영했던 장충동 국립극장 내 문화학교에서 발레를 시작했는데, 유급하기도 했다. 다만 다른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턴아웃이 자연스럽게 되는 재능은 있었던 것 같다. 안양 평촌에 살 때인데, 아내가 피아노학원을 하고 있어, 처음엔 외할아버지가 몇 번 데려다주시다가 버스를 두 번 갈아타고 혼자 다녔다.”

-비용이 많이 들었을 것 같다.
“초반에 많은 비용이 들어간 게 사실이다. 토슈즈만 해도 당시 4만원에서 10만원 정도 했다. 오래 신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연습에 몰두하다 보면 하루 신고 다른 것으로 갈아 신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밖에 레슨비, 콩쿠르 참가 시 안무, 의상비 등 지출이 많다.

그래도 세은이는 고2 때 로잔콩쿠르 입상 이후, 삼성증권으로부터 영재훈육비라는 장학금을 받아 2011년 POB 정착까지 큰 도움을 받았다. 당시 배호원, 박준현 대표님께 감사한 마음이 크다. 이런 도움 덕에 비교적 일찍 경제적 부담에서 벗어났다.”

-세은씨가 부모 중 누굴 닮았나.
“외가 쪽에 예술에 재능을 가진 분들이 많다. 아내가 피아노를 전공했고, 처남이 서울대에서 응용미술을 전공해 디자인 회사를 운영 중이다. 나의 경우, 비교적 빨리 중학교 때 클래식 음악에 입문했다는 것이 딸에게 영향을 줬는지는 모르겠다.”

-세은씨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파리오페라발레단의 역사가 350여 년 되는 만큼 소장 공연 작품만 400~500편 되고, 연간 공연 횟수가 250회를 상회한다. 앞으로 주역으로 무대에 오를 기회가 많을 텐데, 무엇보다 다치지 않기를 바란다. 세은이가 지금까지 해 온 것만큼만 무리 없이 공연 활동을 지속하면 좋겠다.” 박효근 동문은 현재 삼성생명에서 중소기업 관련 경영컨설팅을 하고 있다. 박세은씨는 7월 중순 휴가차 한국을 방문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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