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함에서 만난 대본, 마치 '성경' 같았다” ... '미나리' 윤여정,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
“간절함에서 만난 대본, 마치 '성경' 같았다” ... '미나리' 윤여정,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
  • 배성하
  • 승인 2021.04.26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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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배우 최초, 亞 두번째 수상자 돼/ 
미국배우조합상 '여우조연상'도 수상/
밖에 나가 일하라는 아들 잔소리 덕분/ 
 

【뉴스제이】 배성하 기자 = 영화 《미나리》(감독 정이삭)의 배우 윤여정 선생이 한국 배우 최초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가슴에 품었다. 배우 윤여정 선생이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것은, 한국인 배우 중 최초이며 아시아계 배우 중에선 두 번째다.

영화 《미나리》(감독 정이삭)의 배우 윤여정 선생이 한국 배우 최초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을 수상했다. 26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유니언 스테이션에서 열린 제93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 검은 드레스를 입고 참석했다. 

그런데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 후 한국기자들과의 합동 기자회견에서 다음과 같이 의미 심장한 말을 했다. 

“영화에 대한 간절함이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만난 '대본'은 마치 '성경' 같았습니다." 

"60전에는 나름 계산을 했지만, 60이 넘어서면서 ‘사람을 보고, 사람이 좋으면 작품을 결정하기로 나 자신과 약속했는데, ’미나리‘ 대본을 전해준 사람이 좋았고, 감독을 만나보니 너무 순수했고, 진정성을 발견하게 되어 작품을 선택했습니다.” 

배우 윤여정 선생은 "대본이 너무 좋았고, 부모는 희생하고 할머니는 손자를 무조건 사랑하는 그런 소재가 진정성에 담겨 감동을 준 것 같다."고 강조하고,  "배우가 대사를 못 외우면, 다른 배우와 스텝들에게 민폐가 되니 대사를 잘 외우려고 노력한다"고 열정을 나타냈다. 그리고 첫 영화 데뷔 시켜준 김기영 감독에 대한 미안함과 아쉬움을 전하며 정이삭 감독을 언급했다.  

“김기영 감독을 만난 것은 21살 때다. 처음에는 힘든 감독이었지만, 75세가 되어 정이삭 감독을 만났다. 김기영 감독에게 미안하고 못해준 것들을 정 감독에게  나누게 되는 것 같다. 모든 사람을 존중하면서 촬영하는 정이삭 감독을 보면서 ‘존중한다’고 말했다. 너무 차분하게 현장을 지위하는 것을 보면 한국인 피에 미국 교육을 받은 세련함을 발견했다. 미래 국제영화계의 한국인의 위상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여우조연상 수상 후, 한국기자들과 합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윤여정 선생   ⓒ유튜브 캡처
여우조연상 수상 후, 한국기자들과 합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윤여정 선생   ⓒ유튜브 캡처

미국 유니온 스테이션 로스앤젤레스와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개최된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 시상자로 나선 브래드 피트(Brad Pitt)는 윤여정 선생을 수상자로 발표했다. 마침, 브래드 피트는 영화 《미나리》의 제작자이어서 화제를 모았다. 

트로피를 받아든 윤여정 선생은 "일을 나가라고 종용하는 아들에게 감사하다"며, 위트 있는 수상 소감을 남겼다. 또 "저의 첫 영화 감독인 김기영 감독에게도 감사하다"며 "살아계신다면 기뻐해주셨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우 윤여정 선생의 '여우조연상' 수상은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을 휩쓸며 할리우드와 세계 영화계에 지각변동을 일으킨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이루지 못한 유일한 성과다.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자를 발표한 브래드 피트와 함께했다. 브래드 피트는 영화 영화 《미나리》의 제작자이기도 하다. <br>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자를 발표한 브래드 피트와 함께했다. 브래드 피트는 영화 영화 《미나리》의 제작자이기도 하다. 

'오스카 여우조연상' 수상은 한국 배우로서는 최초다. 아시아 배우로서는 일본 영화 '사요나라'(1957)의 우메키 미요시(Umeki Miyoshi)에 이어 두 번째다. 또 여우조연상 부문에서 77세에 수상한 '인도로 가는 길'(1984)의 페기 애슈크로프트, 74세에 수상한 '하비'(1950)의 조지핀 헐에 이어 세 번째(만 나이 기준 73세)로 나이가 많은 수상자이기도 하다.

윤여정은 미국 이민자 가족의 삶을 다룬 영화 《미나리》(감독 정이삭)에서 순자 역을 맡아 열연했다. 순자는 딸 모니카(한예리) 부부를 돕기 위해 한국에서 건너간 할머니 역할이었다.

배우 윤여정 선생은 함께 후보에 오른 배우 중 유일한 아시아 배우였다. 아카데미 시상식은 △마리아 바칼로바( 보랏 서브시퀀트 무비필름) △글렌 클로즈(힐빌리의 노래) △올리비아 콜맨(더 파더) △아만다 사이프리드(맹크)와 함께 여우조연상에 이름을 올렸다.

윤여정의 수상 가능성이 일찌감치 점 쳐졌다. 그는 최근 한국 배우 최초로 ‘제74회 영국 아카데미시상식’과 ‘제27회 미국배우조합상’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으며 오스카 유력 후보로 떠올랐다. 배우조합은 아카데미상을 주관하는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 회원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수상 기대를 높였다.

윤여정은 1966년 TBC 탤런트 공채에 합격하면서 연기자의 길을 걸었다. 데뷔 55년 만에 오스카의 영예를 안았다.

윤여정 선생은 제10회 대종상영화제에서 신인상, 제8회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 제4회 시체스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 여우주연상 등을 휩쓸며 단번에 충무로의 떠오르는 별이 됐다.

윤여정의 영화계 데뷔작은 1971년 김기영 감독의 '화녀'다. '화녀'는 돈을 벌기 위해 시골 고향을 떠나 서울 부잣집에 취직한 가정부 명자가 주인집 남자의 아이를 낙태하면서 벌어지 미스터리 드라마다. 이 작품으로 제10회 대종상영화제에서 신인상, 제8회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 제4회 시체스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 여우주연상 등을 휩쓸며 단번에 충무로의 떠오르는 별이 됐다.

그는 결혼과 함께 연기를 스스로 중단했다. 이후 긴 공백 끝에 돌아온 윤여정은 바람난 가족(2003), 여배우들(2009), 하녀(2010), 다른나라에서(2011), 돈의 맛(2012), 장수상회(2015), 계춘할망(2016), 죽여주는 여자(2016), 지푸라기도 잡고 싶은 짐승들(2020) 등에서 폭넓은 연기를 보여줬다.

한편, 영화 미나리는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외에도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스티븐 연), 각본상, 음악상(에밀 모세리) 등 총 6개 부문에 후보를 올렸다.

미국배우조합상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윤여정 선생이 수상발표를 듣고 놀라고 있다.        ⓒ트위터 캡처
미국배우조합상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윤여정 선생이 수상발표를 듣고 놀라고 있다.        ⓒ트위터 캡처

배우 윤여정 선생은 아카데미 시상식보다 먼저 열린 '제27회 미국배우조합상' 시상식에서 '영화 부문 여우조연상' 수상자로 선정된 바 있다. 지난해 봉준호 감독의 영화《기생충》 출연진 전체가 아시아 영화로는 처음으로 영화 부문 ‘앙상블상’을 받은 바 있다. ‘앙상블상’은 출연 배우들 간의 연기 호흡과 조화를 평가하는 상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한국 배우가 이런 ‘앙상블상’이 아닌 배우 개인에게 주어지는 상을 받은 것은 윤여정 선생이 처음이다. 윤여정은 수상 소감에서 "서양인 (westerner)에게 인정받은 느낌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특히 동료 배우들이 여우조연상 수상자로 선택해줘서 영광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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