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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도 예수 잘 믿으세요.”/ 새벽 4시면 일어나 중보기도/ “믿는 사람은 늘 말씀 안에서 살아야 해요.”/
‘101번 성경통독’ 102세 인인숙 명예장로
2020. 01. 03 by 배성하

【뉴스제이】 배성하 기자 = 국민일보가 신년 화제의 인물로 ‘101번의 성경통독’을 하신 올해 102세 되신 인인숙 명예장로를 소개했다. 장창일 기자의 “새해에도 예수 잘 믿으세요”라는 기사다.

차재일 목사(왼쪽)가 어머니 인인숙 장로와 서울 중구 자택에서 두 손을 잡고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 : 국민일보 강민석 선임기자)

인인숙(102) 명예장로님이 서울 중구 자택 거실에서 손때 묻은 성경을 보여 줬다. 1979년 구입한 성경이라 했다. 가죽 양장은 닳고 닳았다. 원래 있었을 금박도 오래전 사라졌다. 낡은 성경이 인생의 흔적을 담고 있는 것 같았다.

겉장을 열었더니 암호 같은 글자가 빼곡했다. 맨 처음에 쓰인 글자는 ‘1. 80년 8월’이었다. 아들 차재일(62) 서울 광희문교회 목사에게 물어보니 “1980년 8월에 첫 번째 통독을 마쳤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성경통독을 마칠 때마다 적은 메모는 ‘101. 2017년 2월’까지 이어졌다. 2017년 2월, 백 한 차례의 통독을 마친 셈이었다. 인 장로가 100세 되던 해다.

“이제는 눈이 어두워 통독하기 어려워요. 이 성경을 읽기 전에도 통독할 때 사용했던 성경이 몇 권 더 있습니다. 믿는 사람은 늘 말씀 안에서 살아야 해요.”

인 장로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30대 때부터 귀가 잘 들리지 않았던 인 장로는 현재 청력을 완전히 상실했다고 한다. 의사소통은 상대방 입 모양을 읽는다. 청력을 잃은 것은 지독한 가난으로 인한 스트레스였다.

1918년생인 인 장로는 14살이던 1932년 충남 당진으로 시집갔다. 어린 나이에 집안 살림을 떠안았던 인 장로는 삶에 희망이 없었다고 했다. 이웃의 밭농사라도 대신 지어야 여섯 식구 끼니를 해결할 수 있었다. 때때로 좌판에서 생선도 팔았다. 그의 삶을 변화시킨 건 신앙이었다. 57년부터 교회에 출석했다.

인인숙 장로가 통독을 마칠 때마다 적어놓은 메모. (사진 : 국민일보 강민석 선임기자)

아들 차 목사는 부친이 누워있던 모습만 생각난다고 했다.
“아버지는 20대 말부터 병석에 누우셨어요. 투병하다 69년 폐암으로 돌아가셨죠. 제가 11살 때였습니다.”

“어머니는 10리를 걸어 새벽기도에 다녀오셨어요. 집에 오시면 잠자는 우리 머리에 손을 얹고 기도해 주셨어요. 그 차가웠던 손길과 따뜻했던 기도가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어머니를 지탱하는 힘이 신앙’이었습니다.”

인 장로에게 새해 덕담을 부탁했다. 차 목사와 며느리 방효숙(62) 사모까지 다가와 인 장로에게 기자의 질문을 전했다. 잠시 후 고개를 끄덕였다. 인 장로가 온 힘을 다해 외쳤다.

“새해에도 예수 잘 믿으세요. 예수 잘 믿고 복음을 전파해야 합니다. 모두 회개하고 주님 앞으로 돌아와야 합니다. 하나님보다 더 높고 큰 존재는 없어요. 하나님 잘 믿으면 오래 살고 건강하고 복 받아요. 나를 보세요.”

덕담은 찬양으로 이어졌다. 인 장로가 읊조린 건 찬송가 301장 ‘지금까지 지내온 것’이었다. 구절구절 인 장로의 신앙고백 이었다.

“지금까지 지내온 것 주의 크신 은혜라~.”

인 장로는 실천하는 신앙인이다. 새벽 4시면 일어나 중보기도를 드린다. 60명 넘는 이름을 부르며 꼼꼼하게 기도한다. 2018년 낙상 사고로 거동이 불편해지면서 주변을 정리했다. 그 당시를  목사는 회상했다,

“어머니가 옷과 신발, 모자 등을 다 정리하셨어요. 이웃에게 나눠주라고 당부하셨죠. 그리고는 500만원을 주시면서 ‘끼니 거르는 아이들을 위해 써 달라’고 부탁하셨어요.”

차 목사는 기아대책에 어머니 사랑을 전했다. 당시 인 장로는 아들 목사에게 ‘잔소리’도 했고 한다. “저에게게 ‘목사! 예수 믿어’라고 하셨어요. 또 ‘아는 소리만 하고, 모르는 건 설교하지 말아’라 하셨죠. 그 말을 듣자 갑자기 뭔가 들켰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새해에도 신앙생활, 잘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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