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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물티슈가 인생 이야기를 했다/ 단방에 잊고, 용서하려고 결단했다/
[기자수첩] 물티슈가 준 인생 교훈
2022. 11. 10 by 그레이스 배

【뉴스제이】 책상 정리는 하다가 두껑이 잘못 닫혀진 잉크병을 쏟았다. 평소 볼펜으로 글씨를 쓰는 아날로그 생활을 좋아해, 중요한 생각과 글쓰기 위한 아이디어를 메모도 하고, 성경쓰기도 한다. 

오랜만에 만년필을 사용하려고 잉크를 넣었는데, 뚜껑이 덜 닫혀서 책상 정리 중 잉크를 쏟았다. 다행히 잉크가 적게 남아 있어 휴지로 정리하고 손에 묻은 잉크는 물티슈로 처리했다. 세면실로 가는 시간을 아끼려고 물티슈 정도로 씻어도 될 것 같았다. 물티슈를 뽑아서 손바닥부터 닦고 빠른 속도로 손 구석구석을 씻었다. 

그런데 씻어도 또 잉크가 더 묻는 것 같고, 또 손 다른 곳에 잉크 자국이 남는다. 아뿔사, 물티슈에 뭍어 있는 잉크가 다 마르지 않아, 휴지를 구기듯이 속도 내어 닦다보니 또 잉크가 묻고 옅은 색이지만 자국을 남겼다. 나는 다른 물티슈를 뽑아서, 물티슈 끝부터 잡고 차례로 내려오면서 천천히 손을 닦았다 물티슈에 뭍은 잉크를 피해 가면서 천천히. 

물티슈가 인생 이야기를 했다. 잉크 묻은 손은 세면대에서 비누를 닦는 것이 최선이었다.       ⓒ 뉴스제이

순간 여러 가지 생각이 스쳐 갔다. 물티슈가 인생 이야기를 했다. 잉크 묻은 손은 세면대에서 비누를 닦는 것이 최선이었다. 마찬가지로 인생의 상처나 아픔도 물티슈 같은 일회용으로 씻지 말고, 한꺼번에, 한방에 없애버리는 것이 좋다는 생각을 시작으로 많은 생각이 스쳐 갔다.

인생에서 잉크가 묻듯이 우리 마음에 흔적을 만들어 내는 사람들이 있다. 말로 공격하고, 손해를 끼치고, 다른 사람을 동원해 공격하고, 거짓 루머나 거짓말로 잉크를 뿌리고, 집단적인 거짓 수렁에 던지려하고, 우리 인생의 공격자들이 잉크를 뿌리면 마음에 상처를 받게 되고, ‘저런 못된 것들이 있나’ 화도 나면서 이기기 위해 마음과 생각을 더 단단히 먹게 된다.     

앙크와 물티슈를 생각하는데 최근 내 생각을 공격하는 지난 일들이 있었다. 반복되게 내 생각을 공격(?)한다. 그것은 수년 전 이사를 하면서 잃어버린 물건들이다. 이사짐을 나르는 사람들에게 욕심이 생긴 모양이다. 옷도, 시계도, 은수저도, 남편이 아끼는 며루와 만년필도, 심지어 코트까지 사라졌다. 아는 사람 통해 소개받은 이삿짐센터라서 믿고 맡겼다. 짐을 푸는 일은 내가 천천히 직접하고, 소개받은 사람들이니 그들의 수고를 덜어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래서 점심도 극진히 대접했다. 

그런데 결과는 도둑맞았다. 그들은 짐만 올려놓고 출발했고, 물건이 없어졌다고 말해도 그들이 “무슨 소리예요”라고 하면 그만이었다. 증거가 없다. 모든 물건의 위치를 아는 내가 증거지만 난감했다.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사정을 말하자 “그만 둬요”라고 하신다. 그들이 작정하고 그런 짓을 한 건데. 그런 물건과 옷 있어도 살고, 없어도 사는 법이라며 그냥 두라는 것이 남편의 생각이다. 

남편이 더 그렇게 생각한 것은 이사 전날 밤, ‘중요한 물건’은 아디다스 큰 가방에 담아 따로 옮겨 놓았다가 이사 당일에 그들이 이사짐을 옮길 때, 안방 서랍에 정리하면서 가방을 비워 놓았다. 가방은 서재에 놓았다. 그런데 자기들이 옮기지도 않은 그 가방을 내려면서 가져간 것이다. 그정도면 그들이 작정하고, 우리를 물(?)로 보고 한 짓인데, 대적한들 무슨 이익이 있겠느냐는 것이다. 그들이 순순히 잘못을 인정하고 물건을 줄까? 아닐 것이다. 오히려 우리에게 ‘다 옮겼는데 이제와서 무슨소리냐’며 반발할 것이다.

그런 일이 있은지 수년이 흘렀는데 최근 자꾸 그 생각이 나를 공격했다. 잊으려 해도 생각난다. 거기에다가 나를 괴롭힌 사람까지 덩달아 생각나면서, ‘생각이 생각을 공격’해 왔다.  

이젠 잉크와 물티슈를 통해 깨달은 것을 적용하려고 한다. 단방에 잊고, 용서하려고 결단했다. 마지막으로 마음속 한마디 말은 했다. 

‘너희들 가져라. 그까짓 것. 못된 짓은 언젠가 들켜.’
‘너희들이 거짓말로 공격하고 루머를 만들어도 난 끄덕없어. 결국 너희들 만행 드러날 것이니까. 절대 지지 않으리라.’ 

그렇게 한방에, 한꺼번에 씻고 나니, 그동안 물티슈로 마음을 반복해 씻었던 것을 생각하며 웃었다. 마음이 편해진다. 기쁘다. 생각과 마음에 행복만 담을 것이다. 내 생각의 지킴이가 나니까. “잉크야! 고맙다. 물티슈야! 고맙다.”

 

그레이스 배 전도사 (뉴스제이 경영이사 / 말씀치유회복사역원 부원장/ 청소년보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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