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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수필가 서범석 선생님은 1935년 서울 출생으로, 현재 호주 시드니에서 '유튜브 크리에이터'로서 살아가며 '인생코치'로서 시대적 사명을 감당하고 있습니다. 서양화를 전공했고 교단에 서기도 했습니다. 『문학바탕』에 수필로 등단하여 수필집 ‘황혼의 찬가’, ‘그레이스 라이프’와 단편소설집 ‘빼앗긴 세대’를 펴냈습니다. 영상작품으로는 호주 이민 1세대들의 모습을 담은 ‘다큐’(붉은캥거루가 품은 민들레 홀씨)가 있습니다. [편집자駐]
[인생코칭] 인생(人生)의 하프타임 ..."내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2021. 03. 14 by 서범석
수필가 서범석 선생

【뉴스제이】 단체경기에서 전반전이 끝나면 하프타임(Half Time)이 있다. 이는 승패를 갈라놓는 역할을 하는 작전타임처럼 인생도 하프타임을 유효적절하게 잘 활용해야 후반부 인생을 보람 있게 보낼 수 있다는 어느 목사님의 설교를 듣고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축구는 각본 없는 드라마로써 전반전을 마쳐야 상대방의 실력과 작전을 알아챈다. 하프타임을 이용해서 알아낸 상대방의 작전과 기술을 토대로 후반전을 대비해야 이길 수 있으므로, 이때의 작전 지시가 승패를 가르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네 인생도 각본 없는 드라마처럼 예측할 수 없다. 따라서 때마다 하프타임을 갖고 뒤돌아보며 적절한 조처를 한 사람에게는 잘살았다는 평이 따를 것이요, 아니면 지난 그때가 좋은 기회였다는 후회를 하면서 스스로 쫓기다가 황혼을 맞이하게 된다. 

젊었을 때 수석(壽石)을 주우러 강 상류로 다니던 일이 있었다. 가지각색의 돌무더기에서 마음에 드는 돌을 주웠다가도 좀 더 나아 보이는 돌이 있으면 먼저 주운 돌은 서슴없이 버렸다. 또 정신없이 더 좋은 돌을 찾다가 마지막 고른 돌을 집으로 가져와 살펴보면 버린 돌이 더 좋았다는 후회가 잦았다. 인생살이도 마찬가지여서 과거가 더 좋았다고 느끼는 때가 허다하다. 

대학 시절, 고려청자 재현을 연구하던 교수님으로부터 제자가 되라는 권유를 받은 적이 있었다. 묻혀버린 고려청자 제조기술을 연구하던 노교수님이 당신이 연구한 기술을 전수해 줄 터이니 완성해보라고 하여, 경기도 광주와 이천의 도자기 가마골을 헤매고 다녔었다. 처음에는 열심히 따라다니다가 점차 너무 힘이 들어 포기했는데 함께 다니던 친구는 끝까지 버텨 고려청자를 재현하는 선구자로 성장해 역사의 장을 새롭게 썼다. 이렇게 나에게 찾아온 기회를 살리지 못한 일을 떠올릴 때마다 생의 하프타임을 생각하며, 당시 선배 또는 전문가에게 조언조차 구해보지 않고 혼자 포기한 일을 지금까지도 후회한다. 인생의 하프타임은 경기의 작전타임과도 같아서 갈림길에 들어섰을 때 코치를 받으면 분명히 전환점이 생겨 새로운 인생을 살아갈 수 있다. 

인생의 하프타임은 나이와 환경에 관계없이 수시로 우리에게 온다. 

경기처럼 전반전과 후반전 사이에서 존재하는 틈이 아니라 세상을 살아가는 날 내내 오는 것이다. 산골에서 자란 사람이 골짜기 물만 보다가 강을 보고 넓은 바다를 보면서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는 그때그때마다 하프타임이 있다고 보면 된다. 이럴 때 강에서, 바다에서 헤쳐 나갈 지혜를 얻을 수 있는 하프타임을 잘 이용해야 한다. 

팔순을 넘으신 노 수필가님이 작년에 부인을 여의고서 부쩍 건강조차 나빠지자, 살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다고 자포자기해 이렇게 말씀드렸다. 

“지금까지 살았던 삶을 축구경기 전반전이라고 생각하세요. 지금 후반전에는 부인도 없고 건강도 잃어 불리한 상태지만 종료시각이 될 때까지 뛰어야 합니다. 인생은 중도 하차라는 것이 없습니다. 자서전을 남기겠다는 각오로 기운이 다할 때까지 글을 쓰세요. 그러면 의욕이 생기고 건강도 회복됩니다.”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모르지만 이것이 하프타임에서 얻을 수 있는 충고요, 지혜이므로 우리는 이런 하프타임을 유효하게 써서 어려움을 이겨 나가야 한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는 속도보다 방향이 더 중요하지 싶다. 

목적 없이 방향을 잃고 달리는 인생길은 안전한 항해가 아닌 파멸로 들어서는 결과만 가져온다. 따라서 중간 중간 하프타임을 두고 왔던 길과 가야할 길을 살피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방향성을 가져야 한다. 잘못하면 반대 방향으로 달려가 되돌아오기가 어려워진다. 마구 달려만 가지 말고 쉬면서 뒤돌아보는 하프타임을 갖고 달려온 길과 달려갈 길을 살펴보는 사람만이 인생을 제대로 살았다는 평이 따를 것이다.

정호승의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에서 ‘내 인생은 내가 사는 것이며 남에게 보이기 위해서 내가 사는 게 아니다.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를 먼저 생각하는 것보다 내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라는 글을 보았다. 

인생은 남에게 보이기 위한 것이 아닌 내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며 그런 시간이 바로 하프타임이다. 인생의 하프타임을 유효적절하게 활용해서 후반부 인생을 보람 있게 보내는 것이 현명한 삶의 자세라고 여겨, 나는 오늘 과감하게 새 출발을 하기 위한 과거와 현재, 미래를 명상하면서 하루를 보냈다. 

[인생코칭인생은 경기다. 반드시 하프타임이 필요하다. 하프타임을 유효적절하게 활용해서 후반부 인생을 새롭게 디자인하고 보람 있게 보내는 것이 현명한 삶의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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