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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미의 마음은 언제나 청춘》 진행/ 어르신들과 소통 위해, 대학원에서 노인학 전공/ "사랑합니다" 멘트와 함께 엔딩/ 단편영화 감독에 데뷔해 눈길을 끌어/ ‘서울국제초단편영화제'에서 '우수상' 수상/
[인터뷰] SBS 유영미 아나운서, 최장수 프로그램 진행 ... "못생긴 나무가 산을 지켰죠. 이젠 오래 잘 자라서 향기를 뿜는 것 같아요"
2020. 11. 22 by 발행인 나관호

【뉴스제이】 유영미 아나운서는 시니어 대상 라디오 방송 《유영미의 마음은 언제나 청춘》을 25년째 진행하고 있다. 그녀의 매력은 부드러운 카리스마와 품격 있는 진행이며, 노인 어르신들과의 소통을 위해 이화여대 사회복지대학원에서 '노인학'을 공부한 학구파이기도 하다. 한국외대에서 스피치 겸임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SBS 라디오 최장수 프로그램 《유영미의 마음은 언제나 청춘》을 사명(?)으로 알고 사는 파워 우먼이다. 그녀의 '사명에 대해 살펴보자.

[진행 : 나관호 발행인 / 뉴스제이 대표]

영미 : "UN에서 새로운 나이 기준을 발표했잖아요. 17살까지 미성년자, 65살까지 청년, 79살까지 중년이라고요. 우리 모두가 '중년인 시대'를 살고 있는 거예요!

61살은 1살, 62살이 2살, 63살은 3살이다. 무슨 소리? SBS 러브FM 《유영미의 마음은 언제나 청춘》에서는 60살부터 나이를 센다. 팔순의 나이도 여기서는 고작 스무 살이다.

영미 :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록 정말 나이는 숫자라는 것을 끼닫게 됩니다. 어르신들의 열정과 프로그램에 대한 반응 앞에 저도 나이를 잊게 됩니다. 진행 뿐 아니라 PD, 엔지니어까지 겸하면서 저의 가장 큰 모토는 ‘활기와 열정’입니다.

"우리 형님, 언니, 오빠들이 무슨 노래를 좋아할까" 고민하며, 매일 오전 다섯 시를 연 지도 벌써 26년. SBS 라디오 개국 이래 최장수 라디오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그 중 1994년부터 16년을  SBS 유영미 아나운서 부장이 자리를 지켰다.

영미 : "처음에는 제가 너무 어렸으니까,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공부했어요. 노래도 찾아서 들어보고 아버지께 여쭤보기도 하고요. 이제는 너무 편해요. 우리 형님, 오빠, 언니들이 뭘 좋아할지 딱 알죠."

노인하면 으레 떠올리는 침체되고, 과거 지향적이고 고인 물 같은 프로그램은 만들고 싶지 않았다. 노인의 '오늘'도 인생에서 가장 젊은 날이기에 그 "오늘을 밝고 활기차게 살자"는 게 유 아나운서가 기본적으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다.

영미 : "어르신들이 아침을 시작하면서 이 방송을 들으실 때 오늘 하루를 살아갈 힘과 에너지를 얻고 가시길 바랐어요. 과거의 아름다운 낭만이 3할이라면, 나머지 7할은 기쁨과 희망으로 채우고 싶어요."

그 밝은 에너지와 함께 1시간을 생활과 밀착된 정보로 채운다. 의사를 게스트로 불러 노인들에게 제일 중요한 건강 문제에 대해 상담하기도 하고, 요리선생님을 초대해 부인의 생일에 대접할 수 있는 미역국 끓이는 법을 알려주기도 했다.

영미 : "우리 방송은 시골밥상 같은 방송이거든요. 고기도 없고, 비싼 레스토랑도 아니지만 먹고 나면 마음이 뿌듯해지고 몸도 편하고, 값도 싸고요. 거품이나 허세를 다 빼고 실속 있는 방송을 하는 게 PD로서 목표이기도 해요. 갖고 있는 재산을 지키는 법, 안전한 재테크 방법, 노년을 함께 할 친구를 사귀는 법 등 어르신들이 필요로 한 부분 밥상을 차리고 있습니다."

콘텐츠보다 더욱 신경 쓰는 건 선곡이다. 말 한마디보다 음악 한 곡이 그 날 하루를 좌우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한 가지 테마를 정해 세대 별 노래를 한 곡 씩 엮어서 소개하는 '청춘공감' 코너에서는 자이언티의 '꺼내먹어요' '양화대교' 등 이른바 젊은이들이 듣는 노래도 소개한다.

영미 : "노래는 프로그램의 모든 것을 밪쳐주는 거라 생각해요. 그래서 어르신들의 마음이 편히 , 즐겁고, 행복하기 바라는 마음애서 선곡한답니다. 그런데 의외로 젊은이들의 노래도 좋아하세요. '청춘공감'은 더 신경스는 부분입니다." 

"사랑합니다"라는 마지막 멘트와 함께 엔딩을 밝고 희망찬 노래로 장식하는 건 '마음은 언제나 청춘'이 매일 지키고 있는 약속이다. 지금보다 더 가부장적이고 감정을 감추는 시대를 살아 온 노인들에게 '사랑한다'는 말은 낯설고 부끄럽지만 싫지 않은 표현이다.

영미 : "제 마음을 다해서 사랑한다고 해요. 어르신들이 그걸 좋다고 하시더라고요. 공개방송에 오시거나, 엽서나 편지를 써 주실 때 본인들도 사랑한다고 써 주시고요."

주 청취대상은 노인들로 잡고 있지만 '마음은 언제나 청춘'은 결국 인생 전반을 아우르는 프로그램이다. 세상 떠난 부모님께 전하는 이야기, 마음의 뿌리인 조부모와의 에피소드를 털어 놓는 손자의 이야기까지 노인과 자식, 그리고 그 자식까지 3대가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를 전한다.

영미 : "매 해 연하장이나, 입춘대길,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편지를 보내 주시던 것이 어느 해부터 안 오는 때가 있어요. 그럼 느낌이 와요. 아, 하늘나라 가셨구나 생각하죠. 지난 20년 동안 인생의 마무리 시점에서 이 방송을 들었던 분들이잖아요. 이 방송을 하면서 삶과 죽음을 다 체험하는 것 같아요."

그렇게 21년 노인들의 곁을 지킨 공로를 인정받아 최근 한국방송대상 사회공익 라디오 부문에서 상도 받았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꾸준히 성실하게 한 우물을 파고 뿌리를 내린 결과다.

영미 : "못생긴 나무가 산을 지킨다잖아요. 예쁜 나무들은 이미 다 베어졌고, 못생긴 나무만 남아서요. 다 내 방송이 못생겼다고, 보이지도 않고 들리지도 않는다고 했는데 이렇게 오래 잘 자라서 이제 향기를 뿜는 것 같아요"

"라디오 부스에 들어가면 숨이 턱 막히고, 어깨가 결리던" 게 엊그제 같은데 "커피 한 잔 하면서 거기 앉아 있을 때가 최고"라고 말하기까지 10년이 넘는 시간이 훌쩍 흘렀고, 이젠 '최고'를 넘어 '최최고'가 된 유영미 아나운서의 나이도 어느덧...

영미 : "정년이라는 것이 있을까요? 언제나 청춘이겠죠. 대한민국에서 노년으로 사는 것이 고통스럽지 않고 아름답고 당당했으면 좋겠어요. 모든 노인들이 꿈꾸는 노년, 희망을 노래하는 노년이 됐으면 해요. 아름다운 마무리가 최고죠. 좋은 어른이 되고 싶어요."

SBS 유영미 아나운서 '나이가 어느덧.....'인데 단편영화 감독에 데뷔해 눈길을 끌었다. 영등포구에서 매년 주최하는 ‘서울국제초단편영화제’에서 <노래가 뭐길래>로 ‘초단편영화 아카데미’부문 ‘우수상’을 수상했다. ‘서울국제초단편영화제’ 심사위원으로는 프랑스 끌레르몽 페랑 국제단편영화제 심사위원과 스페인 바르셀로나 지하철영화제 프로그래머 등이 참여했다.

"영미 : "하나님 앞에 감사를 드려요. 아나운서로서 카메라와 친숙하지만, 카메라를 메고 단편 감독을 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달란트와 은혜가 합쳐져서 좋은 결과를 얻게 되었어요. 하나님 앞에 온전히 감사를 드립니다."

온라인으로 진행된 폐막식에서는 사회자로 나서 뜻깊은 의미를 나눴다. 유영미 아나운서는 우수상을 받은 감독이라는 타이틀도 함께 해, 온라인으로 진행된 행사에서 국제적인 관심을 받았는데요.

"영미 : “이번에는 코로나19 확산 방지와 시민 안전을 위해 개‧폐막식 및 극장 상영, 관객과의 대화 등 오프라인에서 진행하던 모든 행사가 온라인으로 전환됐어요. 생각해 보니 ‘모든 타이밍’이 잘 맞았어요. 제가 아나운서인데 감독으로 데뷔하며 ‘우수상’을 받았고, 온라인 폐막식이고 그래서 세계인들이 보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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