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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신마비 극복, ‘슈가맨3' 출연..“꿈만 같다"/ 서울대 로봇융합기술원 방영봉 교수님께 감사/ ‘복식호흡 로봇장치’로 인해 노래할 수 있어/ 사지마비 장애...하나님 은혜로 극복/ ‘대한민국장애인문화예술상’ 수상/
'더크로스' 김혁건 ‘슈가맨3'서 노래... “평안주신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2020. 02. 18 by 배성하

【뉴스제이】 배성하 기자 = 가수 '더크로스'(The Cross) 멤버 김혁건이 JTBC ‘투유 프로젝트 - 슈가맨 3’을 통해 팬들의 부름을 받았다. 김혁건은 지난 14일 오후 인스타그램을 통해 “슈가맨 김혁건”이라고 인사하며 “다시 저의 유일한 히트곡인 ‘Don’t Cry’를 부를 수 있게 돼 꿈만 같다.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포기하지 않고 계속 도전해 예전 노래를 다시 부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가 다시 노래를 부를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신 서울대학교 로봇융합기술원 방영봉 교수님과 이하 연구원들에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다”며 “기적은 멀리에 있지 않고 우리 마음 안에 있다고 말하고 싶다”고 전했다.

14일 JTBC ‘투유 프로젝트 - 슈가맨 3’에 출연한 더크로스 김혁건, 이시하와 걸그룹 여자친구 (사진 : 김혁건 인스타그램)

앞서 이날 김혁건은 휠체어를 타고 ‘슈가맨’ 무대에 등장해 17년 전 발표한 노래 ‘Don’t Cry’의 고음을 완벽 재현했다.

그는 “이 노래를 다시 부를 줄은 몰랐다. 몸이 아프게 돼서 못할 줄 알았는데 이시하(더크로스 멤버)와 함께 이 노래를 부르다니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방송 출연 과정에 대해 “노래가 안 되니까 (출연을) 못하겠다고 했는데 (‘슈가맨’) 시즌3에 친구(이시하)가 오케이 해버렸다”며 “교통사고로 사지 마비 장애를 당했다. 복식 호흡이 안 돼서 고음도 안 되고 대화도 오래 못했다. 다행히 복식호흡 보조 장치를 만들어주셨고 다시 노래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김혁건의 사고는 더크로스 컴백 준비 중 일어났다. 이시하는 “전역 후 순조롭게 (음반) 작업을 했다. 그런데 녹음을 앞두고 김혁건이 연락 두절됐다. 나중에 친한 형에게 사고 소식을 듣고 병원을 수소문해서 찾아갔다. (김혁건을) 보는 순간 예상보다 사고 피해가 크다는 짐작이 왔다. 빨리 나아서 노래하자고 했는데 김혁건이 죽어가는 목소리로 ‘이제 노래를 못한다’고 하더라. 앞에선 괜찮은 척했는데 (병원을) 나와서 크게 울었다”고 말했다.

김혁건은 사고 당시 상황에 대해 “목이 부러지고 신경이 없어져 움직이지도 못했다. 여기가 지옥이고,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면서 “1년 동안 누워 있다가 병원 침대를 돌려서 앉아보려고 했는데 20도 정도 올라갔다가 기절했다. 기립성 저혈압으로 앉을수도 없었다. 앉는 게 소원이었다”고 털어놨다.

또 김혁건은 다시 노래하게 된 계기에 대해 “병원 주차장에서 발성 연습을 했다. 아버지가 목소리를 크게 내라고 배를 눌러주셨는데 고음이 나오더라. 그래서 매일 배를 누르면서 애국가를 연습했다. 그 영상을 이시하에게 보내줬다”고 밝혔다.

이시하는 “저희가 이런 행운을 맞이할 수 있었던 것은 포기하지 않아서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포기하지 않는 것 하나가 목표”라고 말했다. 김혁건도 “저희는 포기하지 않을 테니 저희를 보시는 분도 포기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고 희망을 전했다.

한편, 김혁건은 이날 방송에서 사용한 ‘복식호흡 로봇장치’에 대해 “저 말고도 호흡이 어려워 노래를 부르지 못하는 혹은 가래 배출을 하지 못하는 장애인을 위해 소개해드린다”며 “배를 아래에서 위로 45도 각도로 밀어 올려줘 가슴과 배를 나누는 가로막 근육인 횡경막을 올려 폐부에 숨을 입 밖으로 강하게 배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로봇장치”라고 했다.

이어 “5년 전 서울대 로봇융합기술원 방영봉 교수님 팀에서 처음 개발해 여러 가지의 디바이스가 나와 있으며 계속 업그레이드 중”이라며 “처음엔 타인이 기계를 조작해 호흡을 맞추기 어려웠다. 이후 조이스틱으로 조절할 수 있는 로봇장치로 혼자서도 노래를 부를 수 있게 됐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김혁건의 사고는 군 복무를 마친 뒤 컴백 준비 중 일어났다. 오토바이를 몰다 마주 오는 차와 정면충돌해 경추가 부러지며 전신마비 장애가 생겼다. 수술을 받고 2년여 입·퇴원을 반복했지만 지금도 어깨 밑으로는 감각이 없다. 옆에서 누가 돕지 않으면 혼자 밥을 먹거나 침대에서 일어나지도 못한다. 무엇보다 가수로서 노래를 부를 수 없다는 절망감이 어깨를 짓눌렀다.

하지만 하나님은 그를 버리시지 않으셨다. 서울대 로봇융합연구센터장인 방영봉 교수팀의 지원으로 복식 호흡장치를 이용해 다시 노래를 부를 수 있게 된 것이다.

김혁건은 2003년 1집 앨범 ‘멜로디 쿠스(Melody Quus)’로 데뷔한 그는 ‘돈 크라이(Don’t Cry)’ ‘당신을 위하여’ 등으로 주목받았다. 데뷔와 동시에 ‘보컬의 지존’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며 마니아층을 형성했다. 4옥타브를 넘나드는 고음과 함께 노래실력도 인정받았다. 검은색 가죽 재킷과 장갑, 찢어진 청바지는 그의 트레이드마크였다.

김혁건은 온누리교회에서 세례를 받았다. 그는 매주 주일예배를 드리고 ‘순(소그룹)모임’도 갖고 있다. 일대일 양육을 받으며 성경 공부도 한다.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고백했다.

“세례를 받을 때 펑펑 눈물이 쏟아졌어요. 힘들었던 하루하루가 떠올랐습니다. 예수님을 믿고 새사람이 됐다는 사실이 감격스러웠습니다. 몸도 몸이지만 정신적으로 더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께 낫게 해 달라고 기도드리면서 평안함을 찾았습니다. 많은 사람 앞에서 찬송을 부를 텐데, 하나님이 돌아온 탕자를 예뻐해 주실지 모르겠네요”

“하나님은 나에게 ‘평안한 분’입니다. 아픔이 없었다면 하나님을 믿지 않았을 것이고 축복도 없었을 것입니다. 평온함이 깃든 새 세상을 열어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깨닫게 됐고, 내가 이렇게 믿음 좋은 크리스천으로 변하게 될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믿지 않는 친구들에게 자신의 신앙체험과 예수님을 전하고 싶습니다.”

김혁건은 사고 후 복음성가 앨범을 발표했는데 앨범 속 ‘주님의 기적’을 감미롭게 부르며 하나님 안에서 신실한 사람으로 거듭나겠다는 결단을 노래로 표현했다. 그리고 2015년 ‘제10회 대한민국장애인문화예술상’ 시상식에서 대중예술 부문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표창을 받았다. 이 상은 장애를 극복하고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한 장애예술인을 발굴, 표창해 장애예술인의 자부심과 희망을 고취하기 위해 2006년부터 수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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