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것 보고 까먹는 치매환자? 그게 전부 아니다
헛것 보고 까먹는 치매환자? 그게 전부 아니다
  • 나관호
  • 승인 2019.12.10 13: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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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굿바이 7 ♣ 나관호 교수의 치매 어머니와 사는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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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를 보며 느낀 것, 사랑의 힘/
헛것 보고 까먹는 치매환자? 그게 전부가 아니다/
◈나관호교수는 치매어머니와의 '삶의 경험'을 치매가족 멘토로 치매가족과 전문가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뉴스제이】 요즘 드라마를 보면 치매 환자가 등장하는 것이 대세(?)인 듯하다. 그런데 내가 어머니를 통해 경험한 것과 좀 다르게 보일 때가 있다. 일반적으로 치매 환자는 기억을 잃고, 가족을 몰라보고, 가스불을 켜놓은 걸 잊어버리고, 길을 잃고, 물건을 어디에 뒀는지 알지 못하고, 헛것을 보는 등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하지만 난 이런 특성만으로 치매 환자를 그리는 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내가 치매 어머니를 통해 배운 건 '사랑의 힘'이다. 결론부터 먼저 말하면 '치매는 사랑을 이기지 못한다'는 점이다.

내가 태어나기 전의 일이다. 어린 시절 아이 넷을 모두 저 세상으로 보낸 어머니에게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대를 이어야 한다'는 빌미로 '아범이 첩을 얻어 아기를 낳아야 할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어머니는 침묵할 수밖에 없으셨다. 그때 아버지가 망설임 없이 할아버지에게 말씀하셨다.

"그것은 안될 말씀이십니다. 이 사람을 통해 대를 이어야죠. 저는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무슨 소리냐. 아이를 못 낳고 있고, 아이가 태어나면 죽는데..."
"죄송합니다. 그래도 그 방법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제주도 여행하시며 행복해하신 어머니 ⓒ나관호

어머니는 그런 아버지의 깊은 사랑을 치매가 깊어지면서도 잊지 않으셨다. 놀라운 경험이었다. 깊은 사랑의 기억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어머니는 아버지께 늘 감사하며 존경하며 사셨다.

그후, 내가 태어났다. 내가 실제로는 다섯째다. 내가 혼자면 외롭다고 하시며 밑으로 동생 하나를 더 놓으셨지만 태어난 후 며칠 만에 죽었다. 실제로 다섯을 잃으신 것이다. 당시는 산파가 집에 와서 아이를 받아주던 시절이다. 아마 감염이 원인이 아닐까 생각된다. 우리 집은 못 살던 집도 아니라서 위생 상태도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자식을 잃은 정확한 이유를 모른다.

옛날 어르신들이 아이들 놀리는 말 중에 "너 다리 밑에서 주워 왔어"라는 게 있다. 동네사람들은 날 그렇게 놀리곤 했다. 나는 그 말이 진실인줄 알고 고민하고 눈물을 흘렸다. 아버지 어머니께 울며 항의(?)하면서 비를 맞으며 동네 한 바퀴를 돈 적도 있다. 그렇게 나와 또 그 밑으로 태어난 여동생을 그리도 깊게 아끼고 보호하시고 더 사랑하셨던 부모님이다. 여동생의 긴 머리를 아버지가 직접 따주시며 그렇게 키우셨다.

그런 배경 때문에 어머니는 특히 나에 대한 정성이 대단했다. 나는 어린 시절 입는 옷도 특별했고, 모자나 학용품 가방도 특이 했다. 우리 집 아래채에 세를 살던 분이 양복점을 하셨는데 내게 예비군복 천으로 반바지와 윗옷을 만들어주셨다.

제주도 여행 중 호텔에서 잠시   ⓒ 나관호
제주도 여행 중 호텔에서 잠시 ⓒ 나관호

많은 사람들이 나를 쳐다보았다. 초등학교 고적대가 내 예비군복 옷을 보고 고적대 단체복으로 만들기도 했다. 모자는 가죽 헌팅캡을 썼고, 가방은 교과서에 나오는 가죽 등가방을 사용했다. 부모님의 자식 사랑은 동네에 소문이 자자할 정도였다. 나는 동네 스타가 됐다. 아버지가 육성회장을 하셔서 학교에서도 선생님들의 사랑을 받고 자랐다.

어머니는 치매를 앓으시면서도 그렇게 아끼고 사랑했던 아들, 나를 끝까지 기억해주셨다. 치매 어머니는 본인이 받은 깊은 사랑과 본인이 쏟은 깊은 사랑 기억을 쉽게 지우지 않으셨다. 치매는 사랑을 이지지 못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랑". 놀라운 힘이다.

이런 치매 어머니와의 '사랑 삶'의 경험은 어쩌면 놀라운 것이다. 치매는 참 나쁜 병이다. 치매 환자 자신은 인지 기능이 떨어지면 자신이 환자인 것도, 기억을 잃은 것도, 힘들게 실고 있다는 것 자체를 모른다.

그러나 가족은 다르다. 치매 환자를 간호하고 돌보는 것은 무척 힘든 일이다. 내가 경험해봐서 알고 있다. 드라마에서처럼 잊고 살고, 엉뚱한 행동과 말을 하고, 집을 나가고... 이런 것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 사랑과 가족 응원에 대한 드라마 장면도 보고 싶다. 천국 가신 어머니를 생각하면서 더더욱 치매 환자분들과 특히 가족을 돕고, 응원하고 싶다. "치매환자를 둔 가족 여러분 힘내세요. 파이팅!"

 

나관호 교수목사 ( 치매가족 멘토 / 뉴스제이 발행인 / 크리스천커뮤니케이션연구소 소장 ) ---- 치매강의요청 : 010-3561-9109

덧붙이는 글 | 치매강의 전문가 나관호 교수목사는 뉴스제이 대표 및 발행인, 크리스천 커뮤니케이션연구소 소장, 문화평론가, 칼럼니스트, 작가, <나관호의 삶의 응원가>운영자로 세상에 응원가를 부르며, 따뜻한 글을 통해 희망과 행복을 전하고 있다. 또한 기윤실 선정 ‘한국 200대 강사'에 선정된 기독교커뮤니케이션 및 대중문화 분야 전문가로, 기윤실 문화전략위원과 광고전략위원을 지냈다. 또한, 역사신학과 커뮤니케이션 이론, 대중문화연구를 강의하고 있으며, '생각과 말'의 중요성과 영향력을 가르치는 '자기계발 동기부여' 강사로 기업문화를 밝게 만들고 있다. ‘심리치료 상담’과 ‘NLP 상담’(미국 NEW NLP 협회)을 통해 사람들을 돕고 있으며, ‘미래목회포럼’ 정책자문위원, ‘한국교회언론회’ 전문위원으로 한국교회를 섬기고 있다. 특히, '치매가족 멘토'로서 강의와 상담믈 통해 '치매환자와 가족들을 돕는 구원투수'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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