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칼럼] 거북이 오래 사는 이유로 본 인생철학
[생각칼럼] 거북이 오래 사는 이유로 본 인생철학
  • 나관호
  • 승인 2019.07.05 19: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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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사는 것은 디지털, 느린 것은 아날로그
속도가 재산이고 속도 전쟁을 하는 것이 디지털 세계
오래 사는 코끼리거북, 180세 정도까지 산 것으로 알려져

【뉴스제이】  지구상에 사는 생물 중 거북은 오래 사는 동물 중 하나입니다. 우리나라의 ‘십장생[’에서 보자면 거북은 만년을 산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거북 중에는 100년 이상이 사는 것이 있으며, 척추동물 중에서 가장 장수하는 무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개 애완용 육생 종에서 특히 오래 사는 경우를 볼 수 있으며, 거북이 처음 사육하던 사람보다 장수하는 경우에는 그 거북에 대해 정확한 기록을 얻기가 더 힘든 편입니다. 100년 정도 사는 거북은 주로 코끼리거북이나 바다거북 같은 덩치 큰 녀석들입니다.

기네스북에 의하면 1773년 영국의 탐험가였던 제임스 쿡 선장은 통가왕국 왕실에 '투이 마릴라'란 마다가스카르 거북을 선물했습니다. 이 거북은 왕실의 보살핌 속에 1965년까지 살다가 죽었다고 한다. 무려 192세 넘게 산 것이라고 한다. 기네스북에 정식으로 기록된 가장 오래 산 거북입니다.

▲ 바다거북과 나무늘보 ©백과사전

또, 오래 사는 것은 코끼리거북이 있는데, 180세 정도까지 산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인도양의 알다부라 섬에 사는 코끼리거북이 152년 살았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동물원의 공식적인 사육기록에는 아마존강에서 사는 악어거북이 58년 10개월, 남생이가 24년 3개월, 붉은 바다거북이 33년, 나일자라가 37년이라는 기록이 있습니다. 문헌에 의하면 1766년, 프랑스의 탐험가인 마리오에 의해 세셸 제도에서 모리셔스 섬으로 옮겨진 코끼리거북은 200세였다는 기록도 있다. 결론적으로 코끼리거북의 수명은 150-200세 정도라고 보면 좋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왜 거북은 오래 사는 것일까? 그것은 거북이 느리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빠르고 급한 동물은 수명이 짧습ㄴ다. 맹수인 사자와 호랑이의 수명은 야생에서 10-15년 정도입니다. 사육을 받아도 20년을 못 넘긴다. 그나마 사육 받는 맹수가 몇 년 더 오래 사는 것은 빠르게 살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럼, 느린 ‘나무늘보’는 얼마나 살까요? 수명이 12년 정도입니다. 그렇다면 예외가 있는 것일까요? 아닙니다. ‘나무늘보’는 육상에서는 느리지만 물 속에서는 무척 빠릅니다. ‘나무늘보’는 빠른 동물입니다.

사냥을 위해, 도망을 위해 빠르게 살다보면 짐승들도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스트레스는 사람이나 짐승이나 모두에게 독입니다. 느리게 사는 동물들은 스트레스를 덜 받습니다. 빠르게 사는 것은 디지털입니다. 반대로 느린 것은 아날로그입니다.

디지털 세상은 눈만 껌벅이면 다른 것이 나옵니다. 속도가 재산이고 속도 전쟁을 하는 것이 디지털 세계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삶은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조화를 이뤄야 합니다. 디지털 세상 속에서 느리게 사는 것이 지혜인 경우가 있다. 그렇다고 모든 것에 적용해서는 안됩니다.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물에 빠졌을 때, 돌이 날라 올 때, 차를 멈춰 설 때 느리다가는 낭패를 봅니다. “동작 빨리”가 필요한 경우가 있습니다.

디지털 세상 속 아날로그
▲ 디지털 세상 속 아날로그 © 나관호

느리게 살라는 충고(?), 즉 아날로그적인 삶을 살라는 것은 여유를 가지라는 말입니다. 생각할 시간, 고민할 시간, 분석할 시간을 갖고 한 박자 느리게 가라는 말입니다. 그래야 선택의 길에서 실수가 적어집니다. 앙드레 지드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람이 바른 선택을 하려면 선택하려는 그 하나만을 볼 것이 아니라 선택에서 제외되는 나머지를 살펴야 한다.”

세계적인 테너가수인 파바로티는 어릴 때부터 음악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빵장수를 하던 아버지는 아들의 재능을 키워주기 위해 애를 썼습니다. 그러나 청년기를 거치면서 파바로티의 관심은 오히려 교육에 쏠려 대학에서도 교육을 전공하게 됩니다. 졸업 때가 가까워지자 파바로티가 진로문제를 놓고 고민에 빠졌습니다. 그는 내심 성악과 교육을 동시에 붙잡고 싶었던 것입니다. 마음이 분주해졌습니다. 욕심이 생겼습니다. 그때 아버지가 파바로티의 방에 들어가 방안에 있던 의자 두개를 멀리 떼어 놓은 뒤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처럼 멀리 떨어져 있는 의자 위에 동시에 앉으려면 너는 바닥에 떨어지고 만다. 의자에 앉으려면 반드시 한 의자를 선택해야 하고 그 선택은 네 자신이 해야 한다."

결국 청년 파바로티는 오랜 시간 심사숙고한 끝에 성악을 선택했습니다. 서둘러 진로를 망치지 않았습니다. 어떤 길이 더 자신에게 맞는지 생각하고 또 생각했습니다.

우리도 생각해야 합니다. 고민하고, 쉽게, 급하게, 빠르게 달리지 말고, ‘마음 마라톤’을 합시다. 적당한 속도로 페이스를 유지해 가며 주변을 살피며 마음 달리기를 해보십시오, 거북처럼 달리고 기어가다 보면 인생철학 학위를 받게 될 것입니다. 오늘도 느리게 살아봅시다. 천천히 선택하고, 결정하고, 느린 생각을 하며 안식해 보십시오. 길이 보일 것입니다.


나관호 교수 ( 뉴스제이 대표 및 발행인 / 크리스천커뮤니케이션연구소 소장 / 좋은생각언어&인생디자인연구소 소장 / 치매가족 멘토 및 강의 전문가 / 칼럼니스트 / 교회사 및 대중문화와 커뮤니케이션 강의교수 / '미래목회포럼' 정책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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