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마음은 어떻게 생긴 것일까?
어머니의 마음은 어떻게 생긴 것일까?
  • 나관호
  • 승인 2019.05.24 12: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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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멘토링 2] 일상 속, 사소한 대화 많이 하기

항상 아들을 일곱 살로 보시는 어머니
어머니라는 존재만이 가지는 신비한 마음은 오묘하다.

【뉴스제이】  어머니 마음속에는 어떤 것이 들어 있을까? 자식을 위한 희생하려는 마음은 어떻게 생겼을까? 궁금하다. 나도 부모가 되어보니 어머니 마음 색깔은 알 것 같은데, 모양은 잘 모르겠다. 중년의 아들을 대하는 어머니의 모습은 여전히 어린 시절 그 상태다. 마치 어머니 마음은 시간이 멈춰진 세계 같다.

어린 시절부터 보아온 우리 어머니의 이상한(?) 성격 중 하나가 있다. 사과 한 상자가 있을 때 아끼시느라고 항상 멍들고 상한 사과를 골라 드신다는 점이다. 그러다보니 한 상자가 비워질 때쯤이면 좋은 사과는 나쁜 것 없애느라 못 드시고 나중에는 좋은 사과가 상해야 드신다. 아무리 말씀드려도 고쳐지지 않는 고질병이다. 이유는 단 한 가지, 아들이 좋은 것을 먹어야 한다는 이타주의다. 그 고질병을 고치는 방법은 내가 먼저 섬겨 드리는 것이다.

아기같은 치매 어머니

어느 날이었다. 제일 좋은 사과를 예쁘게 깎아 어머니를 드렸다. 어머니의 반응은 이랬다. “저거, 작은 것 줘. 오늘은 별로 입맛이 없네.” 어머니 속을 왜 모르겠는가. 그래서 나는 어머니가 드시게 하기 위해 ‘심통 특효약’을 드렸다.

“어머니가 안 드시면 저도 안 먹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사십 넘은 아들의 모습을 상상해 보라. 우습지만 이것이 우리집 풍경이다. 어머니는 누구의 말도 듣지 않는다. 아들의 묘약이 있을 때만 드신다. 어머니라는 존재의 마음은 어떻게 생긴 것일까?

얼마 전에는 어머니의 머리를 염색해드렸다. 내가 해드리는 것을 좋아하시기 때문이다. 손주·며느리·여동생이 해드리는 것보다 유독 아들이 해주는 ‘염색약 바르기’를 기대하신다. 이유를 몰랐다. 알고 보니 은근히 친구 분들에게 자랑하신단다. 일종의 ‘아들 효자 만들기 프로젝트’라고 할까. 염색한 머리를 만지면서 “우리 아들이 해준 거야”라고 하신다. 못 말리는 어머니 마음이다. 염색을 할 때 어머니에게 말을 건넸다.

“어머니, 염색약이 독해서 그런지 머리카락이 많이 빠지셨네요?”
“염색약이 독하긴 해.”
“노인들 흰 머리도 좋아 보입니다. 이제 그만 염색하세요.”
“난 흰 머리 싫어. 그런데 니가 걱정이다. 나 염색해준다고 니 눈 나빠지면 어떻게 하니?”

그런 와중에도 나를 걱정하신다. 당신의 머리카락 빠지는 것은 신경이 쓰이지 않으신 모양이다. 무엇이 어머니 마음을 그렇게 만드는 것일까? 또 궁금해진다. 또 어떤 날은 어머니의 보물 상자가 열린다. 요즘은 어머니 머릿속에 작은 지우개가 생겨 그것이 보물 상자에서 나온 것인지 작은 지우개의 장난인지 구분해야만 한다.

어머니 침대 머리맡에 있는 성경책 가방은 어머니 보물 상자다. 그곳에는 지갑과 여러 잡동사니도 많이 들어 있다. 가끔 어머니가 손자들을 불러 이렇게 말한다.

“예나, 예린야! 먹고 싶은 것 없어? 아들은 뭐 갖고 싶은 것 없어?”
“왜요? 어머니 뭐 드시고 싶으세요?”
“아니 내가 사주고 싶어서.”
“어머니가 돈이 어디 있으시다고 그래요? 그럼 새 자동차 한 대 사주세요.”

어머니에게 장단을 맞춰드린다.

“얼만데?”
“3000만 원은 있어야 하는데요.”

그러면 가방에서 몇 번이나 접힌 1만 원짜리, 1000원짜리 지폐와 동전을 꺼내 오신다. 어머니 마음이 그런 것인가 보다. 한바탕 웃음꽃이 핀다.

드라마 '눈이부시게' 속 김혜자 선생님을 보며 어머니를 생각

그리고 가끔은 나를 조용히 불러 보물 상자에 넣어둔 초코파이를 주신다. 당신 드시라고 한 것을 남겨놨다가 나를 주신다. 내가 아이들 때문에 못 먹는다고 생각하시는 모양이다. 그런데 내가 컨디션이 나쁘면 짜증을 부릴 때도 있다. 안타까움을 주체하지 못해서다. 어머니 마음에는 아들이라는 존재가 항상 일곱 살로 보이는 모양이다.

그래서 요즘은 전략을 바꿨다. 내가 먼저 섬겨 드리고 같이 먹고 내가 먹는 것을 보여드리고 어머니 보물 상자를 몰래 열어 처리해버린다. 어머니라는 존재만이 가지는 신비한 마음은 참으로 오묘하다. 신세대가 가지지 못한 그 무엇이 있다. 대화를 많이 하면 할수록 어머니의 머릿속 지우개 활동이 약해진다는 것을 알게 된다. 대화가 명약이다.

가끔 주무시다가도 갑자기 일어나 아파트 출입문을 잠갔는지 확인하시는 어머니, 여름인데도 겨울 내복을 찾아 입으시는 어머니를 보면서 눈물이 난다. 그런 어머니를 위해 이제 내가 나설 때다. 오늘도 어머니의 마음을 먼저 알아 당신도 편하고 나도 편한 방법을 지혜롭게 찾아간다. 그리고 추억에 잠겨 있고 시간 개념을 착각하시는 어머니를 위해 무엇인가 해드려야겠다. 빚진 자의 마음으로….

 

나관호 목사 ( 치매가족 멘토 / 칼럼니스트 / 크리스천커뮤니케이션연구소 소장 / 좋은생각언어&인생디자인연구소 소장 / 역사신학 및 대중문화 강의교수 /  ‘미래목회포럼’ 정책자문위원 / '한국교회언론회' 전문위원 / '뉴스제이’ 대표 및 발행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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