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관호목사 칼럼] 부드러움은 큰 능력이다
[나관호목사 칼럼] 부드러움은 큰 능력이다
  • 나관호 발행인
  • 승인 2022.09.28 22: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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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관호 목사의 행복발전소 183]

드라마 '수리남' 마약왕 목사 캐릭터 유감/
목사, 절대로 만만한 존재가 아니다/
황정민 배우, 좋은 인성과 부드러움 인기 비결/

【뉴스제이】 교회를 향한 세상의 시각은 부정적인 것이 사실입니다. 한국 사회의 구제와 섬김사역을 교회가 가장 많이, 가장 넓게 담당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상의 시각은 냉담합니다. 귀한 가치는 그냥 묻혀 놓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드라마 《수리남》에서 마약왕을 목사 캐릭터로 한 이유에 대해 감독은 극적인 상황을 위해 설정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나는 거기에 대해 칼럼을 써 발표했는데, 한 친구가 친구들의 단톡방에 내 칼럼을 올렸습니다. 그런데 다른 친구가 답글에 “목사를 만만하게 생각해서 그랬겠지”라고 글을 남겼습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럴 수도 있었겠다고 생각됐습니다.

드라마 《수리남》에서 마약왕의 약할을 한 황정민 배우        ⓒ넷플릭스 캡처

그런데, 마약왕 캐릭터가 만약 신부나 스님이었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목탁을 두드리며 염불을 하다가 핸드폰으로 마약 배달지시를 하고, 다시 목탁을 두드리는 장면이 있다면? 신부가 십자가 성호를 그리면서 다른 사람의 실수에 대해 들어주고 죄를 사해주는 고해성사를 하는 ‘고해소’에 들어가 은밀하고 조용하게 마약 배달 계약을 맺는 장면이 나온다면? 

그런 불경스런 장면이 연출되었다면 불교계와 천주교계와 더불어 불교인과 천주교인들이 크게 반응하며 항의했을 것입니다. 그러니 그런 연출은 아예 생각도 못 했을 것입니다. 만만하지 않으니까요.  드라마 《수리남》의 마약왕 목사 캐릭터는 유감입니다.

다른 연출, 그러니까 세 종교가 나오게 하면 어땠을까요? 드라마 속 수리남의 중국계 조폭 첸진(장첸)을 불교협회 회장 캐릭터로 만들어 놓고 큰 자금을 시주하는데, 첸진이 사찰을 오고가며 사찰 뒷산에 마약창고가 있게 연출했거나, 마약왕 전요환의 오른팔인 조선족 출신 행동대장 변기태(조우진)를 신부 캐릭터로 만들어, 성당에서 마약이 나오도록 하는 연출을 했다면 공평(?)하기는 했을 것입니다. 그렇게 되었다면 불교계나 천주교에서 주관하는 종교화합 항의가 있었을 것입니다. 틀림없이. 

속된 말로 “만만하게 생각하면, 호구로 본다”, “친절하면 호구로 본다니까” 이런 표현들을 합니다. ‘만만하다’는 것이 무엇일까요? 사전적인 의미는 ‘무르고 보드랍다’. ‘손쉽게 다루거나 대할 만하다’로 표현됩니다. 

그런데 목사가 만만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이 사랑과 용서, 인내와 십자가이기에 거기에 맞춰 살려고 하다보니 대응을 잘 안하고, 입을 다물고, 성령의 열매를 추구하다 보니 세상 사람들에게 무르게 보이는 모양입니다.  

저는 식당이나 마트에 가면 직원들을 모두 “선생님”이라고 호칭합니다. “저기, 선생님! 설렁탕 2개 포장해 주세요?”, “저 선생님! 토마토 상자 좀 포장해 주시지요” 이렇게 말입니다. 그러면 반응이 두가지 입니다, 자신이 존중받는다는 생각에 웃으며 부드럽고 친절하게 대하는 사람과 정말 자신이 선생님이라도 된 것처럼 교만해지는 사람입니다. 부드럽게 대해주니 상대방이 별것 아니고, 자신이 뛰어나다는 생각에 호구(?)로 보는 것이지요.  

사실은 ‘부드러움’이야말로 큰 능력입니다. 진정한 ‘부드러움 리더십’은 강자에게 강하고 약자에게 약해지는 리더십을 말합니다. 반대로 강자에게는 살살 기고, 약자에게 어깨를 들썩이며 거들먹거리는 것은 ‘어깨 리더십’입니다. 

‘부드러움’의 사전적 의미는 다음과 같습니다. ‘닿거나 스치는 느낌이 거칠거나 뻣뻣하지 아니하다’, ‘성질이나 태도가 억세지 아니하고 매우 따뜻하다’, ‘가루 따위가 매우 잘고 곱다’, ‘일의 형편이나 동작이 뻑뻑하지 아니하다’ 그렇습니다. ‘부드러움’은 느낌이 거칠지 않고, 태도가 따뜻하고, 곱고, 뻑뻑하지 않은 것입니다. 

‘부드러움 리더십’은 불의에 대해, 악인에 대해 불같이 화내는 대신 부드러움으로 녹여버리는 것입니다. 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지 전, 아버지는 공직 생활을 마치시고 엿장수들을 고용해 고물상 사업을 하셨습니다. 고철이 귀하던 시절이라서 엿장수들은 동네를 돌아다니며 엿을 팔고, 고철을 모아 오곤 했습니다. 

어느날, 엿장수 아저씨들의 엿 공장에 들어가 엿 만드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벽에 쇠말뚝이 박혀 있고 거기에 ‘갈색 엿’을 걸어 밀가루 반죽을 늘리는 것처럼, 쇠말뚝에 걸어 반죽하듯 늘렸다를 반복하면 ‘하얀 엿’이 됩니다. 

파주 지혜의 숲에서 만난 황정민 배우와 기념 촬영하다
파주 지혜의 숲에서 만난 황정민 배우와 기념 촬영하다

‘부드러움 리더십’은 그런 것입니다. 반복과 시간, 인내와 노력으로 ‘갈색 엿’을 ‘하얀 엿’으로 만들 듯이 꾸준히 반복되게 친절하고, 부드럽고 따뜻한 삶을 살아가는 것입니다. 반응에 상관하지 않고.

목사가 만만한 것이 아니라 사역자의 마음을 가지기에 하나님께 맡기고 부드러운 마음으로 사는 것입니다. 목사, 절대로 만만하지 않습니다. 

드라마 《수리남》를 보면서 마약왕 역할을 한 황정민 배우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몇 년전 파주 '지혜의 숲'에서 그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 팬에 대한 성실한 태도가 참 좋아 보였습니다. 황정민 배우의 좋은 인성과 부드러움이 그의 또다른 인기 비결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황정민 배우 정말 부드러운 사람입니다.

 

나관호 교수목사 ( 뉴스제이 발행인 / 치매가족 멘토 / 칼럼니스트 / 크리스천커뮤니케이션연구소 소장 / 좋은생각언어&인생디자인연구소 소장 / 역사신학 및 대중문화 연구교수 / 기윤실 선정 ‘한국 200대 강사’ / ‘미래목회포럼’ 정책자문위원 / 제자선교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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