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관호목사 칼럼] 영화 ‘브로커’와 연출력이 준 교훈
[나관호목사 칼럼] 영화 ‘브로커’와 연출력이 준 교훈
  • 나관호 발행인
  • 승인 2022.06.13 01: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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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관호 목사의 행복발전소 174]

가치관, ‘꾸밈보다 자연스러움’/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자연스런 연출/

【뉴스제이】 영화 《브로커》(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를 보고 싶어 개봉 전부터 내 마음속에서 안달(?)이 났습니다. ‘베이비박스’가 주제가 되고 있어서 그런지, 왠지 모를 끌리는 마음이 생겨났습니다. 정확한 원인은 모르지만, 어린 생명에 관한 현실이 바탕이 된 안타까운 이야기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영화 《브로커》가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是枝 裕和) 감독이 연출한 것이기에 더 관심이 갔습니다. 그의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와 《어느 가족》을 몇 번이고 반복해서 본 적이 있기도 합니다. 

영화 ‘브로커’ 표지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CJ ENM 제공

베이비붐 시대인 60년대에 태어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나와 비슷한 나이이고 가치관이 비슷했습니다. 그 가치관은 ‘꾸밈보다 자연스러움’입니다. 나도 인생을 과장하거나 축소해 메이크업(make up)해  만들어 내는 인생을 싫어합니다. 있는 그대로 속에서 구수함과 깊게 우린 국물처럼 살아가는 것을 좋아하고, 그런 사람을 좋아합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친구 같은 느낌입니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가 좋았던 것은 연출의 자연스러움 때문이었습니다. 어떤 영화든 마찬가지입니다. 대본에만 메이는 것이 아니라 촬영 현장에서의 예기치 않게 나타나는 그 순간을 받아들이고, 현실에 가깝고 자연스럽고, 억지스럽지 않은 연출기법이 너무 좋습니다. 특히, 어린 연기자들에게는 "그냥 편하게 놀아라"라고 말한 후, 그대로를 영상에 담는다고합니다. 

이번에 영화 《브로커》에 나타난 예를 들면, 최연소 스타 영화 속 우성이에 관한 일화입니다. 우성이는 불행하게 태어나 입양되고, 돈에 의해 팔려 갈 위기에 놓인 생명입니다. 영화 속에서 “우성이는 버려진 아이가 아니라, 보호받은 아이예요”라는 대사가 좋았습니다.

우성이가 김새벽 배우의 볼을 살짝 만집니다. 2살 짜리 배우에게 볼을 만지라고 시킨 것이 아닙니다.

영화 속에서 우성이의 가짜 입양 부모를 만나는 장면이 나옵니다. 어린이날, 호텔 잔디밭에 이동휘 배우와 김새벽 배우가 가짜 부부로 등장하는 장면입니다. 아기 우성이를 소개하면서 김새벽 배우가 “우성이를 안아 봐도 될까요”라고 묻습니다. 

그렇게 아이를 받아 안는데, 그 순간 우성이가 김새벽 배우의 볼을 살짝 만집니다. 2살 짜리 배우에게 볼을 만지라고 시킨 것이 아닙니다. 그냥 자연스럽게 어린 우성이가 있는 그대로 다정함을 표시한 것입니다. 더구나 그 상황에 대해서 자연스럽게 김새벽 배우가 “나 만졌어. 나 만졌어 여보.”라는 대사를 합니다. 나는 그 장면에 깜짝 놀랐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냥 지나칠 수 있지만, 나는 그 장면을 보고 신기하고 놀랬습니다. 그것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연출력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생각했습니다. 

‘분명, 우성 아기의 행동에 김새벽 배우가 “만졌어”라는 대사를 한 것은 대본에 없었을 거야. 아기가 만지는 것이 좋아서 그냥 즉석에서 즉흥적으로 해낸 연기일 거야.’ 

자연스럽게 김새벽 배우가 “나 만졌어. 나 만졌어 여보.”라는 대사를 합니다. 

아니나 다를까,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도 어느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기 우성이의 그 행동과 김새벽 배우의 대사에 대해 내가 이해한 것과 똑같이, 한 글짜도 틀리지 않게 말하고 있었습니다.

"김새벽 배우가 우성이를 안아 봐도 되냐면서 아이를 받아 안는데, 우성이가 새벽씨의 볼을 만졌어요. 그때 우성이는 정말 놀라웠어요. 이에 새벽씨가 반응해서 '만졌어'라는 대사를 하는데, 그건 대본에 없었습니다. 아기가 만지는 것을 받고 즉흥으로 해낸 연기인데, 그것도 정말 훌륭했어요."

나는 또 한번 더 놀랐습니다. 그리고 박수를 쳤습니다. 친구 같은 친밀감이 새록새록 나타났습니다. 그의 자연스러운 연출이 즉흥적으로 나타난 그 장면을 그대로 영화에 나타내 보였던 것입니다. 먼저는 아기 우성이의 친근하고 자연스러운 그 행동이 큰 박수를 받아야 할 것입니다. “우성아! 참 잘했다. 잘했어”

인터뷰 속에서 한가지 더 자연스러운 연출력을 알게 되었습니다. 영화 속에서 송강호 배우가 카페에서 딸과 만나는 장면이 있습니다. 이혼한 전 와이프가 아기를 가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다음 아빠 상현이 딸에게 “그래도 나는 너의 아빠야”라고 말할 때, 딸 아이가 “진짜?”라고 되묻습니다. 

그런데 그 “진짜?”라는 대사가 원래 그 장면에 나오도록 대본에는 없었다고 합니다. 두 배우의 연기를 지켜보다가 감독이 중간에 아이에게 아버지를 향해 '진짜?'라는 말을 한번 해보라고 했는데, 그 순간에 어린 배우가 한 것입니다. 더구나 “진짜?” 그 한마디를 듣고 송강호 배우는 아버지가 가진 복잡한 감정들이 밀려오는 연기를 보여줬습니다. 놀라운 연출력과 연기력입니다. 모두가 박수를 받을 만합니다. 
 
그걸 가까이에서 지켜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진짜?”라는 짧은 한마디가 이렇게나 사람의 감정을 뒤흔들 수 있고, 연기에 변화를 가져다줄 수 있다는 생각에 소름이 돋았다고 전합니다. 

영화 브로커 영화 《브로커》 스틸컷    ©CJ ENM 제공 

영화 《브로커》와 꾸밈없는 연출력이 준 교훈, “꾸밈없는 자연스러움”에 대한 인생 교훈에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영화와 배우들 그리고 감독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영화의 소재로 쓰인 우리나라에 있는 ‘베이비박스’는 지난 2009년 주사랑공동체교회(담임 이종락 목사) 담벼락에 설치된 것이 시초입니다. 이종락 목사는 "다운증후군 아기가 생선박스에 담겨 교회 앞에 놓여 있었는데, 자칫하면 아기가 생명을 잃을 수 있다는 염려에 아기 도봄이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사실 ‘베이비박스’는 2014년 개봉한 미국 영화 《드롭박스》(The Drop Box)를 통해 세간에 알려졌습니다. 당시 영화를 제작한 브라이언 아이비(Brian Ivie) 감독도 국내 사례를 참고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영화 《브로커》의 개인적인 재미있는 발견은 네 명의 주인공 영화 속 이름입니다. 송강호(상현), 강동원(동수), 아이유 이지은(소영), 배두나(수진)입니다. 영화 속 네 명의 주인공 이름은 교회 대학부 친구들의 이름과 같습니다. 그래서 웃음이 나왔습니다. 

 

나관호 목사 (뉴스제이 발행인 / 크리스천커뮤니케이션연구소 / 말씀치유회복사역원 원장 / 치매가족멘토 / 칼럼니스트 / 문화평론가 / 좋은생각언어&인생디자인연구소 소장 / 기윤실 선정 '한국 200대 강사' / 역사신학 및 대중문화 연구교수 / 제자선교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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