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리포트] 작지만 강한 나라 '네덜란드' ... "세계 1등국을 지향한다"
[글로벌 리포트] 작지만 강한 나라 '네덜란드' ... "세계 1등국을 지향한다"
  • 신덕수 관장
  • 승인 2021.02.25 02: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뉴스제이】 우리에게 ‘네덜란드’는 바람과 풍차, 댐과 운하, 튤립과 오렌지색, 고흐와 렘브란트, 축구와 스케이팅 그리고 히딩크의 나라로 기억되고 있다. '뉴스제이'는 16개 경제부처가 만드는 국내유일의 경제정책 전문지 『나라경제』 2019년 07월호에 소개된 [글로벌 비즈니스 리포트]를 통해 작지만 강한 나라 '네덜란드'에 대해 안내한다. [편집자 駐]

【뉴스제이】 한 소년이 주먹으로 밤새 둑을 막아 나라를 구했다는 설화로 유명한 ‘네덜란드’. 인구는 1,700만 명으로 남한의 약 30%에 국토 면적도 한반도의 20% 정도인 비교적 작은 나라에 속한다. 그나마 국토의 20% 이상을 바다를 막아 넓히고 180여개 국가에서 몰려든 약 200만명에 달하는 이민자들을 포함한 결과다.

네덜란드는 동쪽으로는 독일, 서쪽으로는 대서양을 경계로 영국, 남쪽으로는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의 전통 강국들에 둘러싸여 결코 녹록지 않은 지정학적 콤플렉스가 있다. 그래서인지 역사적으로 약 1,600년간 외세의 지배를 받는 역경을 이겨내고 1815년 프랑스의 나폴레옹 지배를 마지막으로 오늘날의 네덜란드 왕국을 수립했다. 이후 두 세기에 걸쳐 인문학과 과학을 크게 발전시켰고, 상업과 무역이 발달하는 황금기를 구가하며 17세기에 일찍이 세계적인 해상 강국으로 발돋움했다.


검소함, 실리적 합리성, 유창한 외국어 능력 등이 숨은 저력
작지만 강한 나라 네덜란드의 숨은 저력은 무엇인지, 우리가 귀감 삼아야 할 부분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필자가 현지에서 생활하며 체험한 바에 의하면, 네덜란드를 이끌어가는 힘의 원천은 여러 가지 요인들 중 특히 근면, 검소함, 실리적 합리성, 단결력, 그리고 유창한 외국어 구사능력을 꼽을 수 있겠다.

“비행기를 타고 가다가 물에 젖은 휴지를 햇볕에 말리는 광경이 나타나는 지역이 바로 네덜란드다”, “다른 유럽 국가들이 네덜란드 캠핑객을 그리 반기지 않는 이유는 머물다 간 자리에 감자 껍질만 남기기 때문”이라는 농담이 있다. 그만큼 대다수 네덜란드 국민들은 검소하며 사치에 익숙하지 않다. 그래서인지 고급 백화점도 우리나라에 비하면 초라한 편이고 고객 수도 현저히 적다. 오히려 한 달에 한두 번 꼴로 열리는 대형 오프라인 중고품 판매시장이 비싼 입장료에도 불구하고 성업을 누린다.

거리에서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고 있다.     Ⓒ나라경제

검소한 면은 네덜란드인 특유의 자전거 사랑에서도 나타난다. 1,700만 국민이 보유한 자전거 수가 약 2,200만대라 하니 3인 기준 1가구 보유 대수가 평균 3~4대는 되는 것 같다. 이로 인해 자전거 전용도로와 주차장도 일반 차량 이상으로 잘 구축돼 있다. 정부 고위 관료나 정치인들도 많이 애용하는 대중교통 수단인데 물론 도난 등에 대비하는 목적도 있겠지만 대다수 자전거는 구닥다리 그 자체다. 여기서도 사치보다는 실리를 추구하는 면모가 여실히 느껴진다.

네덜란드 국민의 기본적인 사고방식은 여러 측면에서 명분보다는 현실에 바탕을 둔 실리적 합리성을 추구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세계 최초의 낙태 허용, 유럽 최초의 동성결혼 허용, 매춘의 합법화, 마리화나 허용, 안락사 인정 등을 꼽을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제도들을 실행하는 데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나름의 엄격한 기준이 적용된다.

필자가 부임하기 전 지인이 우리의 일반적인 정서와는 동떨어진 이 같은 제도들을 예로 들며 네덜란드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한 기억이 있는데 당시에는 대부분 수긍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현지에서 생활하며 실리적 측면에서 고려해봤을 때 다소 파격적인 제도들의 도입이 불가피했던 배경에 공감하게 된 부분도 많았다. 일반적이고 전통적인 정서에 기반을 둔 대의명분하에 무조건적이고 일방적인 규제가 초래할 수 있는 범죄나 사회·경제적 문제들을 선제적으로 예방하는 효과를 들 수 있다. 실리적 측면에서만 본다면 암스테르담 중심부에 위치한 홍등가는 오히려 대표적인 관광지 중 하나로 자리 잡아 주말마다 인산인해를 이룬 지 오래다. 그런 효과 때문인지는 몰라도 네덜란드는 범죄자 수가 갈수록 줄어들어 최근에는 교도소와 교도관 감축 문제가 오히려 사회 이슈로 부각될 정도다.

대다수 네덜란드 국민들은 애국심과 정부 신뢰도가 높고 단결력이 강하다. 단결력 면에서 사회 전체의 이해관계가 걸린 공통의 목적 달성을 위해 기꺼이 개인의 희생을 감수할 줄 아는 대표적 사례로 ‘바세나르 협약(Wassenaar Agreement)’을 들 수 있다. 1970년대에 발생한 1차 석유파동 여파 등 대내외적 악재로 네덜란드는 최악의 경기침체와 공공부채 증가, 실업률 급증 등 소위 ‘네덜란드 병(Dutch disease)’을 앓게 됐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임금인상 억제와 근로시간 단축, 일자리 나누기가 핵심인 바세나르 협약이 타결됐고, 이 협약의 타결과 실천은 노사정의 일치단결을 통한 경제위기 극복의 대표적 사례로 손꼽히며 오늘날에도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네덜란드는 비영어권 국가 중 영어 구사능력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전체 인구의 80% 이상이 유창한 영어 구사가 가능해 유럽 국가들 가운데 언어 장벽이 가장 낮은 나라 중 하나로 꼽힌다.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네덜란드 사람들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비즈니스는 물론 평소 가족이나 친지들과의 일상적인 대화에서도 자국어보다 영어를 더 많이 쓰는 느낌을 받았다. 우수한 외국어 활용 능력 또한 국제무대에서 왕성한 비즈니스 활동을 수행하는 데 큰 밑거름이 되고 있다고 판단된다. 


4차 산업혁명 경쟁력 세계 3위, 창업환경 유럽 내 3위
이러한 고유의 저력과 함께 네덜란드는 다방면에서 세계적인 기록을 보유한 분야가 많은데 몇 가지 사례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1981년부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전까지 26년간 세계 최장 연속 경제성장 기록 보유국이며,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는 국가신용등급 최상위(AAA) 11개국에 포함시킨 바 있다. 최근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63개국을 대상으로 평가한 ‘2019년 국가경쟁력 평가’에서는 비록 직전 연도보다는 두 단계 떨어졌지만 6위를 기록, 여전히 수위를 차지했다.

히딩크의 나라(?) 네덜란드

최근 스위스 은행 UBS가 발표한 4차 산업혁명 경쟁력 순위에서 네덜란드는 스위스, 싱가포르에 이어 3위에 올랐고, 수도 암스테르담은 유럽 내 창업환경이 런던, 스톡홀름에 이어 3위에 랭크되고 있다. 유럽 물류의 대표적 관문이자 중계무역지로서 연간 무역 규모는 2018년 기준 세계 5위로 우리보다 한 단계 앞선다. 치즈 등 전통적인 낙농산업과 함께 최근에는 종자산업과 스마트팜이 급속히 발달해 농·축산품 수출이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수준을 자랑한다.

필자가 3년 전 부임했을 당시 네덜란드 거주 한국 유학생 수는 1천명 남짓으로 추산됐는데, 지금은 3배 수준인 약 3천명으로 늘었다고 한다. 그 여파로 최근 네덜란드 한국학생회(KSAN)의 회장이 한인회 부회장직도 맡아 활발한 활동을 수행하는 등 한국 유학생들의 위상과 영향력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한류문화 확산을 통해 네덜란드 내에서도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을 알고자 하는 욕구가 분출되는 모습이 많이 목격된다. 400명에 달하는 한글학교 학생의 절반 정도가 현지인이고 주요 대학에서도 한국어 강좌 개설이 한창이다. 라이든대(Leiden University)에서 실시한 한국어 말하기 대회에 참가한 한 학생은 한류스타 덕분에 전공을 한국어로 바꿨다고 말할 정도로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 옛날 하멜의 표류로 처음 연을 맺고 하멜이 쓴 표류기로 17세기 조선의 생활상을 최초로 유럽에 소개한 나라 네덜란드. 비록 지리적으로는 지구 반대편에 있지만 가까운 미래에 작지만 강한 나라인 네덜란드와 경제, 문화 등 다방면에서 더욱 긴밀한 우호증진이 기대되는 바람직한 현상이다.

바람과 풍차, 댐과 운하, 튤립과 오렌지색, 고흐와 렘브란트, 그리고 히딩크의 나라…. 여기서는 ‘세상은 신이 창조했지만 네덜란드는 네덜란드 사람들이 창조했다’고들 한다.

 

신덕수 관장 (KOTRA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무역관)

▣경제정책 전문지 『나라경제』의 [글로벌 비즈니스 리포트]는 "세계 각국에 마련된 KOTRA 무역관을 통해 현지 경제동향 및 비즈니스 정보, 우리 기업의 진출전략"을 들어보고 있는 코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안보면 후회할 기사
카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