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굿바이] 치매 어르신들도 입맛을 느끼신다 ... "치매 어르신들 '섭식성 폐렴' 걸리지 않게 케어해야..."
[치매 굿바이] 치매 어르신들도 입맛을 느끼신다 ... "치매 어르신들 '섭식성 폐렴' 걸리지 않게 케어해야..."
  • 나관호
  • 승인 2021.01.18 16: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치매 어르신 대부분 '섭식성 폐렴'/
돌보는 가족도 무척 힘든 것이 치매/
치매환자 가족 위한 세금혜택 필요/
2050년 우리나라 노인 6명 중 1명 치매/

【뉴스제이】 저는 치매 어머니를 15년 정도 집에서 모셨습니다. 당연하다 생각했고, 어머니의 사랑에 보답하고 싶었습니다. 지난 시간을 실펴모면 어머니에게 치매라는 진단을 너무 빨리 내려진 것 같았습니다. 어르신들이 연세가 드시면 당연히 노화현상의 하나로 기억력이 떨어집니다. 나이들면 당연히 기억력이 떨어집니다. 온전한 치매 증상이 아닙니다. 오늘의 날짜와 요일을 기억 못한다고 치매라고 1차 진단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어머니는 찬송가 "예수 사랑하심은 거룩하신 말일세"를 또박또박 박수치며 잘 부르셨습니다.   Ⓒ나관호

어머니의 찬송가 18번인 "예수 사랑하심은 거룩하신 말일세"를 또박또박 박수치며 잘 부르셨습니다. 그리고 "엄마! 엄마!  아들 이름이 뭐야?"라고 물으면 " 내가 배로 난 아들 나관호지"라며 웃으며 말씀하시곤 했습니다. 빠른 치매 진단이 아쉽습니다. 더구나 처방된 약을 드시면 하루 종일 누워만 계셨습니다. 식물인간(?)간처럼. 아마도 활동을 제어시키는 약일 것으로 판단되었습니다. 의사가 '치매'라고 하니 그런가 싶어, 그렇게 집에서 10수년 어머니를 모셨습니다.

거실에는 어머니만을 위한 특별 의자와 24시간 찬양을 밝은 환경에서 들여드렸고, 어머니를 위한 고급 지팡이와 암 환자들에게 섭취시키는 어머니를 위한 특별 영양식, 욕실과 방문, 출입문에 붙여 놓은 '어머니를 위한 사랑 메모' 등 여러가지를 준비했습니다.

그러다가 요양병원에서 어머니를 모시면 케어하는 질이 높아질 것 같았습니다. 가족회의 끝에 요양병원에서 모시도록 결정했습니다. 그런데 결국은 내 생각보다 갑자기, 빨리 천국에 가셨습니다. 외국에서 공부하다 여름방학에 할머니 만나러 들어온 아이들과 함께 중국 가족여행을 잠시 하는 사이에 비보를 들었습니다. 거의 매일 찾아뵙고 살폈었는데. 아쉬운 정도가 아니라 원통할 정도였습니다. 

어머니를 천국 보내드리고 나서 찬찬히 생각해보니 요양병원에 모시는 것에 대한 빛과 어두움이 함께 하는 것을 깨닫습니다. 어느날, 창가에 계셨던 어머니를 보호자인 내 허락도 없이 안쪽 그것도 세면실 바로 앞으로 어머니 침대가 옮겨져 있었습니다. 새로 들어올 노인 가족이 창가를 원했던 것 아닌가 짐작해 봅니다. 중국 동포 간병인이 결정했다는 것이 말이 됩니까? 주사 놓기 불편해서 그랬다는 것이 말이 됩니까? 항의(?)를 좀 했습니다. 최소 보호자에게 연락을 해야하는 것 아니냐고.....

 

폐렴 대부분은 '섭식성 폐렴'

​
어머니를 위한 세면실 메모   Ⓒ나관호​

그러던 어느날 어머니 건너편 창가에 계시던 어르신이 4층에 있는 집중치료실로 가셨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건강하셨고 나하고도 대화를 자주 하셨던 분인데. 침대 그대로 치료실로 옮겨가셨습니다. 그 창가 자리에는 다른 환자가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런데 며칠도 지나지 않아서 갑자기 집중치료실에서 그 어르신이 돌아가셨습니다.

어머니도 창가에서 세면실 앞으로 그리고 집중치료해야 한다며 4층으로 옮겨지셨습니다. 어머니에게 폐렴 증상이 있으셨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어머니도 내가 없는 사이 집중치료실로 올라가신 후신 얼마지나지 않아 돌아가셨습니다. 

치매 어르신들에게 생기는 폐렴 대부분 '섭식성 폐렴'입니다. 친구 의사에게 상담했더니 친구의 말도 같았습니다. 그러니까 음식이 폐로 들어가 썩어버리기 때문입니다. 음식을 천천히 넣어드려야 하는데, 안드시는 줄 알고 음식물을 입에 가득 채워드리면 위로 내려가야할 음식물이 호흡구멍으로 들어가 폐에 쌓이게 되고, 그 음식물이 부패되면서 폐렴을 일으킵니다. 우리 어머니도 분명 '섭식성 폐렴'일 것입니다.

어느날 어머니를 뵈러 가보니 간병인이 어머니 입에 너무 많은 음식물을 넣어 드리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치매 어르신들도 맛을 느끼십니다. 먹기 싫고, 맛이 없는 것과 치매와는 상관이 없습니다. 적극적으로 거부 표현을 못하신 것입니다. 어머니도 자꾸 밥을 밖으로 내뱉고 계셨습니다. 입맛에 밥과 반찬이 안맞으신 것입니다. 그런데 간병인은 안드시는 것인 줄 알고 쳐(?) 넣듯이 가득 다시 밥을 드시도록 했습니다. 그렇게 어르신들의 의사와 상관 없이 들어간 음식물이 폐렴을 만듭니다. 간병인과 가족들이 조심해야 할 사항입니다.

어느날 어머니와 마주친 그 눈길을 지금도 잊지 못합니다. 아마도 "아들!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 그렇게 말씀하신 것인데 내가 잘 몰랐습니다. 요양병원이 집보다 나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외면했습니다. 너무너무 아쉽습니다. 천국에 가셨지만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어머니에게 더 잘해드릴 수 있었는데'라는 회한이 듭니다. 

 

치매, 또 다른 환자 만들 수 있는 '가족병'

솔직히 말씀드리면 치매 어머니도 힘드셨겠지만, 돌보는 가족들도 무척 힘든 것이 치매 가족입니다. 치매가족은 환자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힘이 듭니다. 엉뚱한 행동과 말은 기본이고, 가출도 하십니다. 어느 환자는 심지어 대변이 초콜릿인 줄 알고, 만지고, 먹고, 벽에 칠하기도 하지요. 숨 쉬는 것만으로 살아 계시다는 것을 알 뿐입니다. 살았으나 죽은 것이 치매환자의 현실입니다.

환자도 힘들지만 사실 치매환자 가족이 얼마나 힘든지는 경험해 본 사람만이 압니다. 다행이 우리 어머니는 '순한 치매'셨습니다. '강한 치매' 다시말하면 심한 말을 하며 행동이 거칠고, 폭력적이기까지 한 치매 어르신 가족들에게는 두배로 힘이 듭니다.

어머니와 드라마 ‘눈이 부시게’의 치매환자역 김혜자 선생님     Ⓒ뉴스제이

말년에 치매에 걸려 고생하다 죽은 미국 전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Ronald Reagan)을 생각해 봅니다. 그의 부인 낸시 레이건(Nancy Reagan)은 치매 환자 가족의 고통을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눈앞에서 천천히 분해되어 무너져가는 것을 지켜보는 괴로움이다."

치매환자와 가족은 동전의 앞뒤처럼 평생 같이 손잡고 살아가야 하는 관계입니다. 치매환자를 돌보다가 가족들에게 질병이 발생하곤 합니다. 저도 스트레스로 인해 발과 다리에 통증병이 생겨 지금까지 고생하고 있습니다. 완치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처럼 치매는 또 다른 환자를 만들 수 있는 가족병입니다. 요양시설에 모시든, 집에서 모시든 어느 곳에 치매환자가 있든 가족들에게는 큰 고통입니다.

작년에 인기리에 막을 내린 화제의 드라마 ‘눈이 부시게’를 통해서도 탤런트 김혜자 선생의 명연기와 함께 치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환기되었습니다. 이제는 드라마에서도 극적인 병으로 암 대신 치매가 더 많이 등장합니다.
   
아직 완치되는 약이 없고 결국은 사망에 이르게 되는 이 진행성 질환은 그 이름만 봐도 ‘어리석을 치(癡)’와 ‘어리석을 매(呆)’, 상당히 고약한 뜻을 가졌습니다. 현 추세라면 2050년 우리나라 노인 6명 중 1명은 치매를 앓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 정부는 이런 치매와 맞서 ‘전쟁’을 선포하고 2019년부터 2028년까지 ‘치매와의 전쟁’에 총 1조1054억원을 쏟아붓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있습니다.

 

치매환자 가족위한 복지정책 필요

치매환자들에 대한 복지정책을 세우면서 가족에 대한 복지도 함께 생각해야 합니다. 그런데 대부분 정부나 관계자들조차도 치매환자 가족의 어려움을 알면서도 가족복지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습니다. 복지 정책이 앞선 미국과 유럽에서도 가족복지 정책 안에는 '치매환자 가족'들에 대한 부분이 없습니다. 유럽의 가족정책은 대가족을 위한 소득재분배 정책의 일환으로 가족수당, 소득세 정책 등이 실시되고, 인구정책과 장기적 인구계획에 대한 가족정책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영국, 미국, 캐나다 등에서는 그리고 고아, 장애아, 빈곤자, 무주택자와 같은 피부양자와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역할과 기능수행이 부적절한 가족에게 지원적, 보조적, 대리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정책이 있습니다. 이러한 정책은 사회문제를 예방하기 위한 개념입니다. 우리나라도 환자와 가족을 위한 구체적인 복지정책이 필요합니다.

예를들면, '치매환자 가족을 위한 세금혜택과 지원금' 같은 경제적인 혜택과 뇌에 이상이 있는 것이니 '1차적으로 치매환자를 장애인으로 분류'하면 특별한 지원책 신설에 앞서 장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으니 좋을 것입니다. 그리고 '폭력적 치매환자를 위한 전문시설'을 만들면 일자리도 창출되니 좋고, '어린이집'처럼  '치매환자의 집'을 신설하면 맛벌이 부부나 가족들이 사회횔동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정부 치매담당공무원들에게 아이디어를 제안합니다, 

치매는 시간이 흐를수록 '국민의 병'이 될 것입니다. 치매를 바르게 알려야 합니다. 드라마를 봐도 노인들은 치매에 걸리는 설정이 많습니다. 그런데 작가들이 치매를 잘 몰라서 치매환자가 '잊어버리는 경우'만을 설정하는 것 같습니다. 뛰어가 자문하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입니다. 드라마 속에서도 치매 환자의 '바른 돌봄'의 모습과 가족의 어려움들이 현실로 그려지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정부와 지자체, 미디어도 바르고 정확하게 치매를 바르게 알리는 정책을 세워주십시오.

 

나관호 교수목사 ( 뉴스제이 대표 및 발행인 / 치매가족 멘토 / 칼럼니스트 / 크리스천커뮤니케이션연구소 소장 / 조지뮬러영성연구소 소장 / 역사신학 및 대중문화 연구교수 / 기윤실 선정  ‘한국 200대 강사’ )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안보면 후회할 기사
카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