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멈춘, ‘크리스마스’ ... 영화 'Joyeux Noël'(Merry Christmas)... 제1차 세계대전 ‘크리스마스 정전’을 소재로 한 실화
전쟁 멈춘, ‘크리스마스’ ... 영화 'Joyeux Noël'(Merry Christmas)... 제1차 세계대전 ‘크리스마스 정전’을 소재로 한 실화
  • 배성하
  • 승인 2020.12.1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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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이브 전장의 축제/
1014년 1차대전 12월 크리스마스 실화/
독일군, 영국과 프랑스군 크리스천들/

【뉴스제이】 배성하 기자 = 제1차 세계 대전 중인 1914년. 그해 크리스마스 이브 12월 24일 전장에서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난다. 그것은 크리스마스 이브 밤부터 다음날인 크리스마스까지 하룻밤 사이 전쟁이 멈추게 된 것이다. '크리스마스의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

‘크리스마스 정전’은 제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14년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서부 전선의 여러 곳에서 있었던 비공식적 정전이다. 당시 독일군과 이에 맞선 영국-프랑스 연합군은 치열한 공반전을 벌이고 있었지만, 양측은 서부 전선에서는 소강상태에 있었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자 전선의 여러 곳에선 양측 참호 사이의 ‘무인지대’에서 서로 만나 이야기를 하거나 음식을 나누는 일이 생겨났으며 어떤 곳에선 공동으로 전사자의 장례를 치르기도 하였다. 

무인지대에서 만난 이들은 캐럴을 부르며 해어졌다. 당시 서로 축구를 한 장면은 크리스마스 정전의 상징이 되었다. 정전이 전선 전체에서 있었던 것은 아니어서 일부에선 교전이 계속되었지만, 그 사이 정전 지역의 병사들은 지친 몸을 회복할 수 있었다. 

전장 공터에서 영국과 독일 군인들은 축구경기를 했다. 축구에서도 두 나라는 양숙이다. 우리나라와 일본처럼. 축구경기는 독일이 3대2로 이겼지만 마지막 득점은 '오프사이드'였다고 한다.
전장 공터에서 영국과 독일 군인들은 축구경기를 했다. 축구에서도 두 나라는 양숙이다. 우리나라와 일본처럼. 축구경기는 독일이 3대2로 이겼지만 마지막 득점은 '오프사이드'였다고 한다.

이렇게 1914년 12월 24일. 전장에서 일어난 ‘크리스마스 정전’을 소재로 한 실화를 다룬 영화가 ‘메리 크리스마스’(Joyeux Noël / Merry Christmas)다. 영화 ‘Joyeux Noël'(Merry Chrastmas)속으로 들어가 보자.

1914년 제1차 세계 대전 중, 프랑스 북부 독일군 점령지역에서 서로 100m도 안 되는 거리를 사이에 두고 독일군과 영국-프랑스 연합군이 숨 막히는 전쟁을 벌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 총성은 멈추고 양진영 모두 크리스마스를 기억하며 나름의 축하파티를 하고 있었다. 그때 영국군 참호에서 스코틀랜드 백파이프 연주자가 스코틀랜드 민요 ‘고향을 꿈꾸네’(I'm Dreaming of Home / Hymne des Fraternises)를 연주했다. 그러자 영국군은 가족들과 집에서 보낸 크리스마스를 생각하며 자연스럽게 합창을 했다. 그 노랫소리를 들은 독일군 진영이 술렁였다. 그들도 크리스마스를 축하하고 있었으니까. 

그러자 독일군 진영에는 마침, 성악가로 큰 무대에서 공연했던 오페라 가수 출신의 독일군 장교가 있었다. 독일군은 작은 트리를 참호 밖 영국군에게 보여주었고, 성악가 군인은 ‘고요한 밤 거룩한 밤’(Silent Night Holy Night)을 목소리 악기로 연주를 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영국군 진영이 술렁였다.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을 들으며 크리스마스의 추억을 같이 생각하게 된 것이다. 영국군 백파이프 연주자가 독일 군인의 찬양에 맞춰 ‘Silent Night Holy Night’를 반주해주기 시작했다. 그렇게 이때부터 양 진영은 ‘크리스마스 기적’을 향해 한 발짝 다가선다. 

영국군 백파이프 연주에 맞춘 성악가 독일 장교의 ‘고요한 밤 거룩한 밤’(Silent Night Holy Night) 캐럴 찬양이 끝나자, 영국군 측에서 마치 좋은 공연을 본 것처럼 큰 함성이 터져 나왔다. 연주에 감동 받은 그들의 표현이었다. 서로 총구를 내려놓고 몸을 보이며 찬양하며 박수를 친 것이다. 그러자 잠시 적막이 흘렀다.

잠시 어색함을 영국군 백파이프 연주자는 ‘참반가운 신도여’(O Come, All Ye Faithful / Adeste Fideles) 캐럴 찬양을 연주하며 독일군 성악가 불러냈다. 그러자 약속이라도 한 듯 독일군 장교 성악가는 반주에 맞춰 ‘참반가운 신도여’(Adeste Fideles)를 찬양을 했다. 그 순간 백파이프 연주와 아름다운 목소리가 화음을 이루었고 ‘크리스마스 이브 한밤의 콘서트’처럼 찬양이 하늘을 향해, 사람들의 마음 속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더 나아가 독일군 성악가 장교는 노래를 부르며 작은 트리를 들고 전장 밖으로 나갔다. 케럴 찬양은 계속 이어졌고 영국군 진영으로 다가가며 성탄 캐럴 ‘참반가운 신도여’는 빛을 밝혔다. 찬양이 끝나자 전장 한가운데로 지휘관들이 먼저 나와 악수를 했고, “하나님 나라의 같은 시민”이라며 화합을 약속했다. 이 모습을 본 양쪽 군인들이 전장으로 나와 초콜릿과 샴페인을 나누며, 사진과 편지를 보여주며 서로 격려를 했다. 그렇게 ‘크리스마스의 기적’은 시작되었다.

양 진영 간에 크리스마스를 위한 휴전이 성립되고 이 휴전이 약 40km의 전선으로 확대된다. 물론 이를 알게 된 양진영의 사령부가 수습에 나섰고 휴전은 오래 가지 못했지만, 이 짧은 휴전 동안 양 진영의 병사들은 서로 술과 음식을 나누어 먹고, 죽은 사람들을 위해 같이 기도 했다. 이들은 가족사진을 서로 보며주며 트리를 만들고 독일, 프랑스, 영국군 모두 폭죽으로 크리스마스 이브를 기념한다.

1914년 크리스마스 정전 동안 무인지대에서 서로 만난 영국군과 독일군 양측 군인들의 당시 모습 
1914년 크리스마스 정전 동안 무인지대에서 서로 만난 영국군과 독일군 양측 군인들의 당시 모습 

병사들은 전선 중간에 있는 무인지대에 모여 크리스마스이브 예배를 드린다. 성가 ‘아베마리아(Ave Maria)’를 듣는 병사들은 잠시 자신들이 서로 적이었다는 사실도 잊고 있다.

1914년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에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난 것이다. 크리스마스 단 하루를 위한 휴전 협정을 맺는다. 병사들은 전선 중간에 있는 무인지대에 모여 크리스마스이브 예배를 드린다. 성가 ‘아베마리아(Ave Maria)’를 듣는 병사들은 잠시 자신들이 서로 적이었다는 사실도 잊고 있다.

예수님이 탄생한 크리스마스 당일 그동안 죽어간 병사들에게 안식을 주고자 휴전을 이어가며 세 나라 병사들은 적군의 시체를 묻어주고 서로 음식을 교환하고 술을 나누어 먹으며 그러니 축구도 동점이다. 

당시 신문은 '크리스마스 정전 이야기'를 대서 특필했다. 

그리고 작별. 쏟아지는 포탄을 피해 영국군 참호에서 하루를 같이 보낸 양 진영의 병사들. 멀어지는 어제의 적, 오늘의 친구들을 향해 영국군 병사들은 ‘올드랭 사인’(Auld lang syne)을 연주한다.

휴전은 사령부에 알려지고, 각 진영의 장교들은 추궁을 당한다. 그러나 그들은 믿음 안에서, 크리스마스를 통해 인간애를 느끼며 말한다.

"저희는 칠면조를 먹으면서 독일인을 죽이자고 외쳐대는 사람들보다 독일인들이 더 가깝게 느껴져요" 

"당신이 그걸 믿지 못하는 건, 저와 같은 전쟁을 겪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크리스마스 이브 때 독일군 장교가 노래를 부를 때 반주에 사용되었던 하모니카를 사령관이 빼앗아 발로 짓밟지만 독일군들은 허밍으로 스코틀랜드 민요를 부르기 시작한다.  

당시 신문은 '크리스마스 휴전 이야기'를 대서 특필했다. 전쟁에 참전한 런던 소총 여단의 열아홉 된 병사 헨리 윌리엄슨은 그의 어머니에게 보낸 편지에 다음과 같이 썼다.

♠어머니, 참호에서 이 편지를 써요. 지금은 아침 11시예요. 저는 얼어붙고 경사진 축축한 참호 바닥에 몸을 숙이고 총구만 하늘을 노리게 하고 있어요. 제 입에는 메리 공주님이 하사하신 파이프가 물려 있고요. 파이프 안에는 담배가 채워져 있죠. 당연하겠지 하고 말씀하시겠지만, 이 담배는 독일군이 준 거예요. 하하, 참호에서 독일군을 포로로 잡았니 하고 물으시겠죠. 맙소사, 아니예요! 독일군 병사가 줬어요. 예, 살아있는 독일군 병사가 그쪽 참호에서 직접 건내 줬다고요. 어제 영국군과 독일군은 참호 사이 터에서 만나 악수를 하고 기념품을 나눴어요. 예, 크리스마스 선물이요. 참 멋진 일이지 않아요?♠

크리스마스의 기적은 크리스마스와 함께 끝났다. 그러나 ‘크리스마스 휴전’. 그것을 통해 ‘찬양’과 ‘음악’이라는 언어가 가진 ‘인류의 보편성’을 새삼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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