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내 윤정희, 매일 촬영스케줄 묻는다"...울어버린 백건우, “치매 앓는 아내 윤정희 대신해 공로상 수상
“내 아내 윤정희, 매일 촬영스케줄 묻는다"...울어버린 백건우, “치매 앓는 아내 윤정희 대신해 공로상 수상
  • 배하진
  • 승인 2020.11.07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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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회 아름다운 예술인상 시상식/
원로배우 윤정희, '공로예술인상'/
이병헌 '영화예술인상' 수상/
선행 예술인, 아나운서 김동건 /
유지인, 정혜선 등 '굿피플예술인상'/

【뉴스제이】 배하진 기자 = ‘신영균예술문화재단’ 주최로 6일에 열린 ‘제10회 아름다운 예술인상’ 시상식에서 원로배우 윤정희가 '공로예술인상'을 받았다. 알츠하이머성 치매를 앓고 있는 아내 윤정희를 대신해 ‘공로예술인상’을 받은 피아니스트 백건우는 차오르는 울음 때문에 몇 번이고 소감을 멈춰야 했다.

아내인 배우 윤정희를 대신해 '아름다운예술인상'을 받은 피아니스트 백건우.   Ⓒ신영균예술문화재단
아내인 배우 윤정희를 대신해 '아름다운예술인상시상식'에서 '공로예술인상'을 받은 피아니스트 백건우. Ⓒ신영균예술문화재단

“윤정희는 항상 90세까지 영화 촬영을 하겠다고, 하고 싶다고 습관적으로 말했습니다. 날이 가면 갈수록 기억력이 없어지면서도 가장 마음에 남은 것은 가슴에 안고 살기 마련인 것 같습니다.”

지난해 남편인 백건우는 아내 윤정희가 알츠하이머성 치매를 앓고 있다고 고백해 많은 이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무대는 자주 서지만 말할 기회는 없었는데. 오늘은 참 영화 같은 날이네요”라며 미리 써온 수상 소감문을 꺼냈다. 그는 소감을 읽는 중간중간 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를 떨궜다.

“귀한 예술인공로상을 수상하는 이날, 윤정희는 영화의 나라 프랑스에서 가족들과 좋은 친구들의 보살핌으로 평화롭고 평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윤정희는 1960년대 한국영화 중흥기에 트로이카 1세대 배우로 활발히 활동했고 2010년엔 ‘시’로 대종상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아픈 아내를 대신해 상을 받은 백건우는 “(아내가) 지금도 맑은 날에는 여전히 ‘스케줄이 뭐지’, ‘촬영 준비해야지’, ‘그 의상은 준비됐나’ 하며, 항상 그랬듯 머릿속에는 시나리오와 필름이 돌아가고 있다”면서, “어쩌면 그리던 삶을 살고 있을 수도 있겠다”며 소식을 전했다. 이어서 “여러분들과 40~50년간 맺은 변함없는 사랑을 제가 잘 전달하겠다”고 감사를 표했다.

‘신영균예술문화재단’이 주최하는 ‘아름다운예술인상’은 한 해 동안 뛰어난 활동을 했거나 선행으로 귀감이 된 영화·연극인들에게 시상한다. '영화예술인상' 부문엔 배우 이병헌이 선정됐다.

1995년 영화 ‘런어웨이’로 시작해 ‘공동경비구역 JSA’ ‘광해, 왕이 된 남자’ ‘남한산성’과 올해 초 개봉한 ‘남산의 부장들’ 등 40여 편의 다양한 작품을 통해 탁월하고 폭넓은 연기를 보여줬다.

아름다운예술인상 영화예술인상을 받은 배우 이병헌. Ⓒ신영균예술문화재단
아름다운예술인상 '영화예술인상'을 받은 배우 이병헌. Ⓒ신영균예술문화재단

선행 예술인에게 주어지는 ‘굿피플예술인상’은 1989년에 설립돼 전문 패션디자이너를 양성해온 민간 교육기관에 20여 년간 장학금을 기부한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 김동건과 배우 정혜선·유지인·금보라가 공동으로 수상했다. 상금은 각 부문 2000만원씩 총 1억원이다.

한편, '신영균예술문화재단'은 후배들을 격려하고 후진양성을 위해 원로배우 신영균 선생이 사재를 모아 만든 재단이다. 연예계 최고의 자산가로 알려진 신 선생은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상징으로 꼽힌다. 2010년 명보극장(명보아트홀)과 제주 신영영화박물관 등 500억원 규모의 사유재산을 한국 영화 발전에 써달라며 쾌척해 화제가 됐다. 모교인 서울대에도 시가 100억원 상당의 대지를 발전기금으로 기부했다. 배우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60~70년대에 많게는 1년에 30편씩 영화를 찍어 가며 모아 온 재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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