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가졌어" 치매 어머니의 '웃픈' 임신
"아기 가졌어" 치매 어머니의 '웃픈' 임신
  • 나관호
  • 승인 2018.10.18 12: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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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를 넘나드는 당신의 상상력, 제겐 에너지였습니다
어머니의 상상력이 웃음을 만들고, 그것이 만든 엔도르핀으로 더 젊어져
치매 노인들의 상상력을 우리의 웃음 에너지로 바꿔 보자.

어머니가 계신 수목원을 찾았다. 옛 생각이 났다. 어느 날 저녁 뉴스를 보고 있었다. 임산부들의 습관적 유산과 상상임신에 관한 이야기였다. 어머니가 알아들으셨는지 이렇게 말씀하셨다.

"나도 아기 가졌어."
"네, 어머니도 그러셨죠?"

아기 같은 어머니 모습
아기 같은 어머니 모습

우리 어머니 같은 분들은 자기의 필요나 경험에 따라 느끼고 말씀하신다. 다른 뉴스는 영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데, 아기 이야기에 귀가 솔깃하신 것이다. 어머니는 결혼 후 자식을 갖지 못해 상상임신을 하신 적이 있다. 건강하실 때 자주 말씀해주셨다. 나는 내친김에 그 시절 기억이 나는지 여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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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아기 가지셨을 때 생각나세요?"
"나지. 어휴. 음…"

무엇인가 곰곰이 생각하시더니 이야기를 꺼내셨다.

"내가 아기 낳았어. 친구들이…"

어머니의 젊은날, 친구들과 함께 (맨 왼쪽이 어머니)
어머니의 젊은날, 친구들과 함께 (맨 왼쪽이 어머니)

"아기 못 낳으면 다른 여자 얻는다"

"어머니의 그 시절 이야기는 잘 알고 있다. 아마 친구들이 "아기 못 낳으면 어른들이 다른 여자 얻는다"라고 충고했던 말을 하고 싶으셨던 게다. 당시 그래서 속을 태웠고, 임신하고 나니까 얼굴에 난 뾰루지들이 없어졌다는 말씀일 것이다.

그때 이야기를 정리해 보면 이렇다. 어머니가 아기를 못 갖자 친구들이 찾아와 염려 섞인 말을 했다. 친구들이 내놓은 대책은 임신한 듯 당분간 배를 부르게 하라는 것이었다. 밥을 많이 먹어 배를 불리고, 임신한 것 같다고 생각하고, 어른들에게도 임신한 것 같다고 말하라고 했다.

그런데 실제로 어머니의 배가 불러 왔다. 몇 개월 후에는 어머니조차도 진짜 임신한 것으로 아셨다. 지금 같으면 초음파검사라도 했을 테지만 당시는 그러지 못했으니 이해가 간다. 5개월쯤 지나 배가 좀 나왔을 때 어머니는 한의원을 하시는 아버지 친구를 찾아갔다. 그때서야 진맥을 받고 임신이 아니라는 사실을 안 어머니는 그 사실이 안 믿겨 아버지 몰래 다른 한의사를 찾아가기도 했다. 아버지 친구 중 한의사가 세 분이었다.

어머니는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아실까 봐 또 조마조마했다. 어르신들이 사실을 알면 아버지에게 다른 여자가 생길까 봐 더 마음을 졸이셨다. 그러나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는 아버지의 말에 안심했다. 어머니는 상상임신으로 배에 거품이 가득 찰 정도로 아기를 원하셨다. 당시 어르신들도 임신인 줄 아셨나 보다. 틀림없이 임신한 것처럼 입덧도 하고 배도 불러오고 했다니 말이다.

나는 어머니의 염려하는 상상력이 그때의 경험 때문에 생겨난 것은 아닌가 싶다. 어머니는 염려가 많으시다. 치매 증상이 있는 분들의 공통점이기도 하다. 무더운 여름날 우리 집은 베란다와 거실문을 열어 놓는다. 그런데 덥다 싶어 보면 문이 닫혀 있다. 어머니가 닫으신 것이다. 그러면 나는 말없이 다시 문을 열어 놓는다. 그러면 또 닫혀 있다.

현관문이 열려 있을 때도 있다. 잠가 놓은 문을 어머니가 문단속하신다고 만지셔서 결국에는 열린 상태가 된 것이다. 어머니의 염려 가득한 상상력은 웃음을 준다.


치매 어머니의 '웃픈' 상상력

동영상을 보던 어머니가 갑자기 나오셔서 말씀하셨다.

"나 할 말 있는데…"
"네. 하세요."
"아까, 누가 남의 집 애기 데려다 키운다고 했어?"
"그런 말 한 적 없어요."

어머니는 몇 분 전 나와 아기 갖지 못했을 때의 얘기를 나누시고는, 그 잔상으로 새로운 이야깃거리를 만드신 것이다. 그 옛날, 먼 데 사는 사람들은 내가 주워 다 키운 자식일지도 모른다는 말을 했었다. 그 당시는 그런 일이 많았다. 아랫집 똥개를 키우는 아저씨 아들 상진이가 그런 아이였으니까. 나도 어릴 때 그런 말을 듣고 고민했던 적이 있다. 더구나 아버지가 고물상 사업을 하실 때 일하던 엿장수 아저씨들이 '아들은 다리 밑에서 주워오는 거야'라고 하는 말을 듣고 더더욱 그랬다. 장난삼아 하는 말이지만 당시에는 고민이 많았다.

어머니는 젊은 날 아기를 못 낳았던 체험 속에서 잊었던 또 다른 이야기를 생각해 낸 것이다. 그러시더니 말을 이으셨다.

"아니, 내 배로 아들 낳았어."
"네, 맞아요. 어머니 배로 나를 낳으셨어요. 누가 엉뚱한 소리를 했네요."
"참, 사람들이 말이야…"

어머니가 계신 곳
어머니가 계신 곳
어머니 계신 곳에서 기도하며

어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또 한 번 웃었다. 오늘은 어떤 상상력의 날개를 펼치실까 기대(?)하기도 한다. 어머니가 젊으셨다면 이 상상력을 글 쓰는 데 활용해도 좋았을 듯하다. 어떨 때는 가만히 듣다 보면 정말 생생하다. 상상 속에서 이웃집 아주머니와 나눈 이야기, 길에서 어떤 아주머니를 만난 일화 재미있다. 그리고 혼자서 떠올리신 염려나 걱정도 때로는 웃음을 주는 가치 있는 이야기가 된다.

어머니의 상상력이 웃음을 만들고 그것이 만든 엔도르핀으로 더 젊어진다. 어르신들의 상상력을 좋게 여기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 유익하다. 무엇이든지 좋은 쪽으로 적용하면 결과가 좋아진다. 치매 노인들의 상상력을 우리의 웃음 에너지로 바꿔 보자.

 

덧붙이는 글 | 나관호는 '크리스천커뮤니케이션연구소' 대표, 작가, 문화평론가, 칼럼니스트다. <나관호의 삶의 응원가>운영자로 세상에 응원가를 부르고 있으며, 따뜻한 글을 통해 희망과 행복을 전하고 있다. 또한 기윤실 문화전략위원과 광고전략위원을 지냈고, 기윤실 200대 강사에 선정된 기독교커뮤니케이션 및 대중문화 전문가로 대중문화 강의교수로  '생각과 말'의 영향력을 가르치는 '자기계발 동기부여' 강사와 치매가족 멘토로 치매환자와 가족들을 돕는 구원투수다. 심리치료 상담과 NLP 상담(미국 NEW NLP 협회)을 통해 사람들을 돕고 있는 목사오 '미래목회포럼' 정책자문위원, '한국교회언론회' 전문위원으로 한국교회를 위해 헌신하며, <뉴스제이> 발행인으로 문서사역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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